[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서울 강남에 1000억원대 빌딩을 지닌 자산가가 세금을 떼이지 않고 자녀에게 재산을 넘겨주려 갖은 ‘꼼수’를 부리다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이흥락 부장검사)는 2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부동산 임대업자 이모(63)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씨를 위해 허위서류를 꾸며주던 오모(37)·허모(39) 공인회계사도 공인회계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강남구 역삼동에서 대형 부동산 임대업체 H사(현, T사)를 운영하며 지난 2008년 회사 빌딩을 담보로 은행에서 259억원을 대출받아 홍콩 유령법인을 통해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처럼 꾸며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씨는 시가 1100억원 상당의 회사 빌딩을 자녀에게 물려주면 세금만 400억 넘게 부과되는 사실을 알고 증여세가 없는 홍콩에서 증여할 요량으로 이 같은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회사가 홍콩 법인을 통해 중국 기업에 투자했다 손실을 본 것처럼 꾸며 투자금 일부를 청산금 명목으로 회수했다. 이어 나머지 빼돌린 돈으로 홍콩에 유령회사들을 세워 이들 회사가 H사 주식 60%를 취득케 하는 수법으로 회사를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바꿨다. 홍콩으로 빼돌린 돈은 유령회사 간 자금이체로 세탁해 횡령 사실도 숨기려 했다. 이씨는 남은 주식도 국내에서 자녀에게 넘길 생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씨가 2009년 해외투자 실패를 가장해 회사 청산 작업을 벌이다 세관이 은행에 대출자료를 요청해 실제 자식들에게 주식을 넘기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오씨·허씨 등 공인회계사 두 사람은 오씨의 의도를 알면서도 투자의견서·세금계산서 등을 허위로 꾸며주고 그 대가로 1억7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