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미국의 고용시장이 느리게나마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기업들이 고용창출 보다는 기계 설비 투자에 집중하면서 고용시장이 지금 수준에서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기업들은 투자를 장려하는 각종 세금우대 조치와 낮은 금리에 힘입어 고용 보다는 기계 설비 투자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은 현재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산업용 로봇을 많이 사용하는 국가다. 미국에서 신규로봇 주문량은 지난해 9월 현재 1년간 41% 증가했다. 로봇 주문 증가가 공장들의 생산성 향상에는 큰 도움이 됐다.
지난 6개월 동안 기업들은 매월 약 14만2000명의 신규고용을 시도했지만 이것은 현재 8.5% 수준인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필요한 일자리의 절반에 그치는 정도다.
미국 음료회사 서니 딜라이트 베버리지의 빌리 시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경기불황으로 공장에서 사용할 기계들이 대거 할인에 들어가자 구입에 나섰다. 그는 “금리 인상 시기에서는 기계 구입이 쉽지 않아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고 근로자들의 추가 근무를 요구하지만 지금은 이 반대의 상황”이라면서 “기업들이 사람을 고용하기 보다 기계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니 딜라이트는 회사의 연간 투자액으로는 사상 최대 수준인 7000만달러를 미국 내 5개 공장 시설 개선에 투자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기계 투자가 장기적으로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기업들의 소극적인 고용창출을 야기한다고 우려한다.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는 것과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밀접한 연관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연결 고리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2009년 2분기 기계와 소프트웨어 투자는 31% 늘었지만 민간부문 일자리는 1.4% 늘어나는데 그쳤다. 기계 투자와 민간부문 일자리 증가율간의 차이는 1930년대 -1.2%포인트에서 2001년 4.6%포인트, 1975년 9.9%포인트, 1991년 18.5%포인트, 1982년 26.1%포인트, 2009년 29.6%포인트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디지털산업센터의 에릭 브라이언졸프슨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이 노동력절약투자를 늘리게 된 전환점은 경기 불황기에 기업들이 기계에 투자할 때 사람에 투자하는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다”라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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