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유통 '5→2단계'로 줄여, 1등급 등심 1인분 1만2000원.."삼겹살보다 싸다"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지난 16일 오후 7시 경기도 안양시 비산동 소재 한 음식점 주차장. 주차 도우미 3~4명이 바쁘게 움직이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며 쉴새없이 밀려 들어오는 차량을 감당하기엔 역부족. 200여평의 주차장은 먼저 들어온 차들로 빼곡하다. 한우 전문점 '농협안심한우 프라자 1호점', 금관식당.
소 값이 폭락해도 고깃집 쇠고기값은 떨어지지 않아 소비자들이 외면한다는 일반 음식점과 달리, 이 곳은 매일 손님들로 넘처난다. 400석이 넘는 자리가 모자라 늦게 도착한 사람들은 밖에서 기다려야 할 정도다. 이같이 성황인 이유가 뭘까.
이 음식점은 일반 정육점처럼 생고기를 사 갈수도 있고, 바로 옆 테이블에서 직접 구워먹을 수도 있는 식육식당이다. 여기까진 여느 음식점과 별 차이가 없다.
다만 음식점의 주재료인 고기를 공급받는 방식이 다르다. 이 곳은 농협에서 물량을 전량 공급받는데, 농협에서 소를 도축한 후 복잡한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이 음식점으로 보내진다. 농가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경로는 '생산자(농가)→농협→식당→소비자'로, 중간에 단 2단계만을 거친다.
그러나 일반 음식점의 경우 '생산자→산지수집상→축산물공판장→중도매인→식육도매상→식당→소비자'의 경로로, 최소 5단계를 거쳐야 소비자가 고기 맛을 볼 수 있다. '농협안심한우 프라자'의 경우 일반 음식점보다 중간 유통 경로가 3단계 줄어든 셈이다. 유통 단계가 줄었으니 그 만큼 가격은 내려갈 수 밖에 없다.
이렇다보니 이 곳에서 판매되는 한우 1등급 등심은 100g에 7900원. 일반 고깃집의 1인분(150g)으로 따지면 1만2000원인 셈이다. 한우 등심 1인분 가격이 삼겹살 값보다 저렴하다. 인근 다른 고깃집과 비교하면 가격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중간 도소매상이 없어 거품이 쏙 빠졌기 때문이다.
화임주 농협중앙회 축산물담당 부장은 "생산자에서부터 소비자까지의 중간 유통단계를 농협이 일괄적으로 관리한다"며 "유통 단계를 줄이면 가격은 내려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고기의 품질도 100% 보장된다. 이 음식점에서 공급되는 고기는 농협의 '안심한우'다보니 출하 전, 한우 DNA 검사, 항생제 잔류 검사 등 해썹(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기준을 통과한 물량만 공급된다. 고객들은 그 만큼 믿고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음식점에 진열된 고기의 생산번호를 휴대폰에 입력하면 생산자 이력과 품질 등급 등의 정보를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도 있다.
이렇듯 안전이 보장된 고기를 저렴한 가격 그대로 바로 옆 테이블에서 구워 먹을 수 있어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신영이 '농협안심한우 프라자 1호점' 대표는 "가격이 저렴하다보니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차지하기 쉽지 않다"며 "평일 하루 매출은 대략 1200만원, 주말엔 2000만원이 넘는다"고 귀뜸했다.
아쉬운 것은 이같은 음식점이 전국에 단 한 곳 뿐이라는 점이다. 농협은 올 상반기 중으로 대략 100억원을 투자해 서울시내 2곳에 '농협안심한우 프라자' 2~3호점을 개점한 후 전국지역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화임주 부장은 "농협 안심축산이 취급하는 한우는 작년 기준으로 전체 도축량 60만두 가운데 12% 정도"라며 "농협이 고비용 유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이런 안심축산의 시장 점유율을 2015년까지 50%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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