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이 중앙당 제도와 당 대표 체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직과 인물 중심의 정당 구조를 깨고 '돈봉투 사태'같은 폐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박근혜)의 인적쇄신과 정책쇄신만으로는 개혁에 한계가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남경필·정두언·구상찬·권영진·김용태·홍일표 등 쇄신파 의원 6명은 1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돈봉투 사건의 배후는 중앙당 체제와 당 대표 체제"라면서 "이들 제도를 폐지해 실질적인 원내정당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동시에 ▲당원협의회(구 지구당) 개편 ▲강제적 당론 폐지 ▲당정협의 폐지도 강조했다.
정당법 개정으로 폐지된 지구당이 당원협의회로 이름을 바꿔 여전히 구태를 이어가고 있고, 당론 중심의 의사결정 과정이 의원들을 거수기로 전락시켜왔으며,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되는 당정협의 때문에 행정부가 국회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남경필 의원은 "아직까지 우리 정당은 동원정당체제"라며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의 본질은 돈과 조직동원의 낡은 정치형태를 유지, 온존시켜 온 동원정당체제를 완전히 단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 의원은 이어 "저희들은 비대위의 활동에 만족하지 않는다"면서 "비대위는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근본적인 쇄신을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의원은 또한 "오는 4·11총선 공천에서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의원 등은 이런 내용이 뼈대인 정당체제 혁신안을 비대위에 정식 건의했으며, 16일부터 전문가들과 함께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인 작성에는 남 의원 등 6명과 김정권·박민식·신성범·임해규·현기환 의원 등 모두 11명이 참여했다.
이들의 구상은 미국식 원내정당 모델이다. 당에 중앙조직이나 대표가 없어 개별 의원들의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공천이나 자금 문제로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비교적 작은 게 특징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는 "지금 체제에서는 공천권 등 정당 운영을 위한 모든 권한이 대표에게 집중되고 이에 따라 계파, 계보가 생겨 철저하게 인물 중심의 정당정치로 흐를 수밖에 없다"면서 "모든 정치갈등의 근원은 이처럼 비대한 정당의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개별 의원들이 중앙당이나 대표의 틀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갖고 크로스보팅(교차투표ㆍ의원이 소속 정당의 당론과 상관 없이 유권자의 의사나 자신의 소신에 따라 표결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제도로 하루 빨리 바뀌어야 한다"면서 "인물과 정책을 바꾸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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