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
‘월든’을 쓴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4.2평 오두막을 짓고 2년 2개월 2일을 살았다. 소로우처럼 자연을 갈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교외에 지어지고 있는 작은 집들이 이를 방증한다. 집은 삶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작은 집 큰 생각’을 쓴 임형남, 노은주 소장을 만났다.
기후 이변, 불안한 경제 구조 안에서 사람들은 ‘기본’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질 높은 가치 소비와 자연으로의 회귀를 꿈꾼다. 편리하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 말고 인간다운 삶을 희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많은 이들이 교외로 나가거나 ‘두 번째 집’을 짓고 있다. 두 번째 집이라고 해서 커다란 별장 형태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것으로 대두되는 이들은 외진 곳에 작은 집을 지어 놓고 자연을 가까이하며 생활하고 싶어 한다. 아니, 작다는 것보다는 ‘적당한 집’이 적확하겠다.
임형주, 노은주 스튜디오가온 건축사무소 소장은 최근 충북 금산에 집을 올렸다. 퇴계 이황의 도산서당을 생각하며 지은 작고 옹골찬 집이다. 13평 방 두 칸에 8명 마루를 둔 21평짜리 단층 목조 주택. 이들은 이 집을 지어 올리는 과정에서의 크고 작은 시행착오와 고민들을 ‘작은 집 큰 생각’이란 책으로 엮어 출간했다.
“집을 통해 삶이 바뀐다”고 부부 건축가는 말한다. 좋은 집이 무엇인지에 관한 고민, 작은 집은 어떻게 해서 행복한 집이 되는지. 이들이 욕심낼 것과 버려야 할 것을 짚어 주었다.
>>먼저, 욕심내야 한다
욕심을 버리기 전에, 먼저 욕심내야 할 것들이 있다. 본연의 집을 갖기 위해서는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임형주, 노은주 소장은 집을 설계하는 동안 집을 짓겠다는 이와 일주일에 한 번, 최소 세 달을 만난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며 정리해나간다. 오래 사용할수록 정이 가는 작은 집을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할 것들이 있다.
“가족 관계에 욕심내라”
가족 구성원은 각자 생활에 분투하느라 여유가 없다. 그러다보면 대화가 줄어들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서로 나눌 일 없이 살기 십상이다. 너른 공간이 아닌, 교외로 나가 작은 집에서 산다면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때문에 공간을 구성할 때 고려해야 할 기본적이고도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큰 구조보다는 작은 구성들이다. 예를 들어, 식탁에 앉아 식사할 때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다고 하면 적당한 자리에 커다란 식탁을 둔다. 또 침실에서 대화를 많이 나눈다고 하면 그 침실에는 테이블을 하나 넣어야 하고, 마당이라면 마당에 두는 것이다.
관계를 생각하고 공간을 배분한다. 꼭 다락이 갖고 싶다고 하면 다락 공간을 좀 더 유용하게 고민할 수 있다. 베란다도 마찬가지. 공간을 생각할 땐 관계를 유념해야만 하는 것이다.
“외부 공간에 욕심내라”
도시를 벗어나면 더 너른 마당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생겨난 외부 공간은 다양한 용도로 나누어 사용할 수 있다. 앞마당, 뒷마당, 일하는 마당으로 구성하고 아내의 마당, 아이의 마당으로 분배할 수 있다. 외부 공간이 꼭 넓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아이가 있다면 그저 어린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집을 둘러 한 바퀴 돌 수 있을 정도면 될 것이다.
“각자 꿈꾸던 공간을 욕심내라”
보통 교외에 작은 집을 갖겠다고 찾아오는 이들은 아이들을 출가하고 은퇴한 부부가 많다. 이들은 각자의 공간을 생각한다. 오디오룸이나 서재, 목공이 가능한 작업실과 같은 공간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절충하고 정리해 고려한다. 원하는 공간이 최상의 효율로 자리할 수 있도록 분명한 삶의 목표가 필요한 대목이다.
>>>이제는 욕심을 버려야 할 때
통상 거실에 두는 티비는 날이 갈수록 덩치가 커진다. 소파도 마찬가지. 교외에 작은 집 하나를 짓겠다면 이러한 구성에서 벗어나 볼 필요가 있다. 이불은 꺼내어 쓰고 낮에는 그 자리를 비워 둔다. 가구를 줄이면 집이 커진다는 생각, 소파가 없어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 전망은 마당을 잘 꾸리면 무제한 증폭되는 공간이란 것도. 추위, 편의점 등의 불편함을 조금만 감수하면 된다. 의외로 불편하지도 않다. 그저 겨울에 반팔 입고 여름에 따뜻하게 입어야 하는 실내 생활을 버릴 수 있으면 된다.
“크기에 대한 욕심을 버려라”
‘거실이 필요할까?’ ‘그림을 그리는데 그림 그릴 수 있는 공간은 어느 정도여야 할까?’ ‘서재를 갖고 싶은데’ 등의 생각을 하면서 공간을 고민해야 한다. 공간을 구성하고 나면 공간 쓰임에 따라 중요도를 정한다. 거실을 크게 할 것인지 자신만의 공간을 크게 할 것인지. 이런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동선이다. 짜임새 있는 동선은 죽은 공간을 없게 하고 집을 넓게 만들어준다.
“조망에 대한 욕심을 버려라”
땅을 고르든 집의 방향을 잡든 조망에 대해서는 욕심을 버려라. 도시에서의 좋은 조망권이란 비싼 집과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사실 조망이라는 건 생활하다보면 즐길 새가 없는 것이다. 정말 희한하게도 새로 방문하는 손님들이나 그 조망에 감탄할 뿐, 지내다보면 무감각해지기 마련이다. 좋은 조망이란 이런 거다. ‘잠시 마음이 편안해지는’ 정도. 무엇보다 교외에서는 밖에서 노니는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에 조망은 관여치 않게 된다.
“가구 욕심을 버려라”
큰 집에 대한 욕심은 복잡한 세간에서 기인한다. 침대 넣고 책상에 소파까지 들여 놓다 보면 공간은 어느새 작아진다. 꼭 필요한 것으로 구성해라. 이부자리는 꺼내어 쓰고 다시 넣어 두는 식으로 하면 깔끔하게 방을 사용할 수 있다.
임형남 노은주 소장은 말한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걸 알아야 한다. 감식안이라 할 수 있다. 필요 없으면 소파도 갖다 버릴 줄 알아야 한다”고.
미래나 과거가 아닌 ‘지금 당장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을 생각한다. 공간이 사람을 지배하지 않는 집, 내 본연의 집. 앞으로도 근본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며, 그들은 작고 옹골찬 집으로 그들 각자의 문화를 가꾸게 될 것이다.
채정선 기자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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