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株 유혹 못떨쳐... 관리감독 유명무실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수천, 수만개나 되는 계좌를 무슨 수로 뒤지겠습니까. 오를 때 벌어야죠."
금융당국이 주가가 이상급등했다며 주가조작을 심리하겠다는 종목에 무슨 배짱으로 투자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투자자 A씨의 답변은 의외로 명쾌(?)했다. 몇천개인지, 몇만개인지도 모르는 계좌로 하루에도 수천만주씩, 금액으로는 수천억원씩 거래되는데 조사가 가능하겠냐는 얘기였다. 더구나 조정을 받을라치면 뉴스를 등에 업고 오르는데 투자를 안할 이유가 없지 않냐고 되물었다.
A씨가 요즘 투자(정확히는 매매)하는 종목은 이른바 박근혜 테마주인 아가방컴퍼니다. 아가방컴퍼니는 14일 금융당국이 주가조작에 대해 심리하겠다는 보도에 주춤했지만 그 효과는 잠시였다.
이 보도 직후, 시간외거래에서 아가방컴퍼니는 하한가로 떨어졌다. 테마주에 대한 집중 단속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보통 악재가 반영돼 시간외거래에서 하한가로 떨어지면 다음날 주가는 추가급락 출발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가방컴퍼니는 2.64% 하락출발에 그쳤다. 밤사이 하락폭을 2.3% 이상 줄인 것이다. 시간외거래의 상하한 폭은 5%다. 박근혜 전대표가 당내 쇄신파를 설득시켰다는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이후 아가방컴퍼니 주식은 박 전대표의 쇄신파 설득 호재와 이상급등주 단속 악재 사이에서 급등과 급락을 오갔다. 15일 장중 고점은 6.01% 오른 2만2050원으로 이는 52주 신고가 기록이다. 장 막판에는 하한가인 1만7750원으로 밀리기도 했다. 하루동안 20% 이상 움직이며 시가총액은 1000억원 이상 늘었다 줄었다 한 셈이다. 거래량은 상장주식 2800만주를 훌쩍 넘어 3500만주를 웃돌았다. 거래대금은 7000억원을 넘었다. 천문학적 돈이 오갔지만 정작 아가방컴퍼니란 회사에 대한 분석은 뒷전이다.
아가방컴퍼니는 지난해 매출 1937억원에 순이익 12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3분기까지 매출 1556억원에 순이익 76억원이다. PER(주가수익비율)는 지난해 순이익을 기준으로 하면 15일 장중 저점을 기준으로 해도 40배를 넘는다. 최근 몇년간 100억원 내외의 매출 신장에 60억원대에서 120억원대를 오간 순이익을 감안하면 정상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주가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테마주에 대한 접근을 경고한다. 테마가 꺼지고 매물이 쏟아지면 바닥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당국의 심리 소식에도 강한 내성을 보여주던 아가방컴퍼니가 15일 장 막판 매물이 쏟아지자 보합권에서 순식간에 하한가까지 밀린 것이 대표적 위험 사례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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