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7개월만에 의총 참석..고강도 쇄신으로 총선까지 활동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15일 오전 8시 국회의사당 245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당 쇄신을 논의하는 의원총회에 들어섰다. 박 전 대표의 의총 참석은 2009년 5월 원내대표 경선 이후 2년7개월 만이다.
동료 의원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사회를 맡은 이화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늘이 200번째 의총으로 의미있는 날"이라며 "그리고 오늘 의총에 참석하신 분이 있는데 누구라고 이야기 안하겠다. 박수로 의총을 시작해 달라"고 말하다. 이례적으로 박수로 시작한 의총에선 간간히 환호도 터져 나왔다. 주성영 의원(대구 동구갑)은 "박근혜 전 대표를 제외한 모두를 바꾸자는 것이 대구 민심"이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박 전 대표는 시종일관 활짝 웃었다.
◇朴, 9회말 투아웃 구원투수 = 박 전 대표가 마침내 마운드에 올랐다. 내년 총선을 넉 달, 대선을 꼭 1년 앞둔 시점이다. 현 정권 출범 이후 치러진 각종 선거에서 패배할 때마다 빗발쳤던 등판 요구를 일축했던 그는 9회말 투아웃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다. 그의 대권행보에서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이날 의총에서 박 전 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기 위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발의했다. 향후 비대위가 최고위원회의 권한을 위임받아 총선까지 당을 이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비대위 구성을 위해 '대선주자의 대선 1년6개월 전 당직 금지'가 명시된 당헌을 바꾸는 작업에 합의한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중심이 되는 비대위는 전국위에서 당헌당규 개정안이 확정된 뒤 오는 19일 공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전 대표는 전날 재창당론을 놓고 친박(친박근혜)계와 갈등을 빚었던 당내 쇄신파 의원들을 만나 당명 개정을 포함한 '고강도 쇄신' 의지를 밝혔다. 특히 공천 개혁을 천명하면서 비대위 활동 기간을 내년 총선까지로 못박았다. 재창당을 요구하며 박 전 대표의 활동기간을 재창당 전까지로 한정해야 한다는 쇄신파의 요구를 한 번에 제압한 셈이다.
그러나 향후 '박근혜 체제'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쇄신파의 반발을 잠재우고 당권을 접수했지만, 당장 비대위 구성부터 총선 공천을 둘러싼 갈등 여러번의 고비가 남아있다.
◇쇄신파 "이제 시작일 뿐" = 재창당을 요구해온 쇄신파는 일단 박 전 대표의 쇄신작업을 지켜본다는 입장이 대체적이다.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된 박 전 대표가 불이익을 줄 경우 '결단'해도 늦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쇄신파인 김성태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박 전 대표가 연단에 나와 '친이, 친박은 없다'고 선언해 달라"고 말했다.
재창당을 주장해 온 원희룡 의원은 의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제 논의의 시작일 뿐"이라며 거당적인 의견을 수렴해 모두 함께하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제 시작이다"면서 "정태근, 김성식 의원이 자기를 버리면서 당을 쇄신했다. 필요하다면 더 많은 재물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근혜 체제'에 대해 공개적인 반기도 나왔다. 차명진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이번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해 반대한다"며 "비대위는 재창당 준비까지만 역할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MB정부의 불통은 우리가 너무 믿고 맡겼기 때문"이라며 박 전 대표에게 전권을 주는 것에 반대했다. 친이직계인 조해진 의원도 "외부환경이 어려운 것은 공감하지만 박 전 대표 혼자나, 일부 세력만으로 위기를 극복하지 어렵다"고 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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