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여야 원내대표가 내년 예산안 처리를 위해 12일 임시국회를 열기로 합의으나 식물국회로 전락할 전망이다.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은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강행처리에 대한 사과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을 선결조건을 내세우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12일 "여야가 임시국회를 합의했지만, 사실상 불발됐다"면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의 격렬한 반대로 인해 개최여부가 불투명하다"며 "민주당의 의원 총회 결과를 기다려봐야한다"고 말했다.
당초 여야는 이날 오후 2시에 예정된 각당 의원총회에서 중론을 모아 임시국회 나머지 일정에 대해 조율할 계획이었으나 민주당은 이마저 불투명해졌다.
노영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임시국회 등원 찬반과 김진표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민주당 87명 의원들의 의사를 묻는 설문조사가 채 끝나지 않았다"면서 "의총을 하루나 이틀 연기할 것을 고려 중이다"이라고 말했다.
등원 합의를 놓고 민주당은 격렬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거센 논란에 직면한 김진표 원내대표는 조건부 사퇴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9일 소집된 의원총회에선 국회 등원 찬반을 놓고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강경파인 정동영 최고위원은 "등원 합의는 한미 FTA 무효화 촛불에 대한 배신"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온건파 의원들은 "낮에는 국회, 밤에는 광화문에 가는 원내외 병행투쟁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극에 달하자. 김 원내대표는 "의원들이 저를 신임하지 않으면 사퇴하겠다"며 "사퇴전에 불참 의원들은 포함한 모든 의원들한테 무기명으로 찬반 의사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무기명 찬반 설문조사에 대해 중진 의원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병행 투쟁을 하자는 여론이 많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당이 등원을 결정한다고 해도 12월 임시국회는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미디어렙법안 등 각종 난제가 산적해 있어 여야간에 충돌이 예상된다.
새해 예산안의 경우 야당은 반값 등록금과 무상급식 예산 증액,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감액 등을 요구하고 있어, 한나라당과의 마찰이 벌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국정조사나 특검의 구성과 범위와 지난 주 발표된 경찰수사 결과에 대한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놓고 여야간에 논란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과 정치자금법 개정을 놓고 여야 공방도 불가피하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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