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미국과 유럽이 높은 실업률과 재정위기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아시아 신흥시장국가들도 성장세 둔화를 겪고 있지만 아시아지역의 고급 명품 수요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고 9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버버리, 휴고 보스, 프라다 등 명품업체들은 최근 금융시장 침체에도 아랑곳없이 아시아지역 사업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시아지역은 주요 명품업체들의 매출에서 최대 45%까지 차지할 정도이며 이에 힘입어 명품업체들은 홍콩 등 아시아 주식시장에 기업공개(IPO)를 단행하고 있다.
6월에 IPO로 홍콩에 상장된 프라다는 10월31일까지 3개월 동안 일본에서만 매출이 20% 가까이 늘었고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지역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성탄절과 연말연시인 11~12월 매출은 이보다 더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서유럽의 전통적 명품업체에 맞서 아시아 명품기업들도 수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콩의 보석전문업체 저우다푸(周大福·Chow Tai Fook)는 이달 15일 홍콩주식시장에 IPO를 앞두고 있으며 예상 규모는 28억달러다. 저우다푸는 서방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화권에서는 8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회사로 티파니 보다 매출액이 2배나 많다. 홍콩 등 중화권을 중심으로 1500곳의 매장을 갖고 있으며 2016년까지 500곳을 더 늘릴 계획이다.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중국의 보석 등 올해 귀금속시장 규모는 본토만 따져도 129억유로에 이를 정도이며, 이는 전세계 시장의 15%에 육박한다. 홍콩·마카오·대만 등 중화권 전체로 치면 235억유로 정도다.
올해 서유럽과 미국 경제가 두드러지게 위축되면서 아시아 시장은 세계 명품업계의 성장 엔진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시아지역이 전세계적인 경기하강의 영향에서 마냥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아시아 지역 경제의 가파른 성장세가 한풀 꺾였을 뿐이지 유럽처럼 경기침체 직전까지 악화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홍콩 씨티그룹의 프라딥 라오 아시아태평양지역 투자은행부문 책임자는 “올해 9% 이상 성장한 중국 경제가 앞으로 연평균 성장률이 7%로 다소 둔화된다고 해도, 중국인들의 구매력이 상승하고 많은 이들이 도시로 이주하면서 명품 소비는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인도·인도네시아 등 고속성장을 구가하는 아시아 신흥시장 국가들은 인구 전체적으로 보면 국민소득 수준이 아직 명품 등을 적극적으로 구매하기는 어렵다. 명품시장 수요는 구매력이 높은 소득수준 상위계층에 한정된다. 그러나 중국의 인구는 14억 명이며 이중 1%만 따져도 상당한 수다. 메릴린치의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백만장자 수는 올해 3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유럽을 웃돌고 북미지역의 340만명에도 필적하는 규모다.
여기에 각종 경조사에서 고가품을 선물해 성의를 표하는 아시아지역의 사회문화적 전통과 축적된 부를 과시하려는 신흥 부유층의 욕구까지 맞물려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중국의 경우 최근 10년간 가파른 경제성장을 누리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재산이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점은 전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도 고급 명품업계가 받는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했다. 매킨지는 보고서를 통해 “2009년 금융위기 직후에서도 세계 명품업계는 16%의 성장세를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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