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조광래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전격 경질됐다.
조광래 대표팀 감독은 7일 오후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을 만나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났으면 좋겠다"는 해임 통보를 받았다.
이로써 조광래 감독은 2010 남아공월드컵 직후인 지난해 7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지 1년 5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통산전적은 11승5무3패.
기술위원회를 통하지 않은 감독 해임으로 뒷말이 무성하지만 조광래호를 다시 살리긴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17개월 간의 짧은 항해를 마친 조광래호는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조광래 감독은 2000년 안양 LG(현 FC서울) 감독 시절부터 경남FC 감독 때까지 유망주 발굴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조광래 유치원'이라는 애칭을 얻을 만큼 잠재력이 있는 어린 선수들을 캐내고 다듬어 보석으로 만드는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이때문에 대한축구협회는 박지성과 이영표 등이 떠나는 대표팀에서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 장기적인 비전과 로드맵을 그릴 수 있는 적임자로 조광래 감독을 점찍었다.
출발은 좋았다. 감독 데뷔전인 지난해 8월 나이지리아전에서 2-1 승리로 산뜻한 출발을 했다. 강한 압박과 빠르고 유기적인 패스워크는 '만화축구'라는 별칭 속에 대표팀에 '조광래 색깔' 입히기가 어느정도 성공한 듯 보였다.
하지만 우승을 목표로 했던 아시안컵에서 3위에 그쳤고 8월 한일전에선 해외파를 총동원하고도 0-3으로 무기력하게 패해 비난을 받았다. 2014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에선 첫 상대 레바논을 6-0으로 꺾어 분위기를 끌어올리는가 싶더니 지난달 레바논 원정 5차전서 1-2로 충격패해 지도력에 물음표가 생겼다.
조광래 감독의 경질엔 단순한 성적표만이 이유가 됐던 건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해외파 선수들을 지나치게 고집해 대표팀 내 보이지 않는 갈등이 생겼다는 지적이다. 해외파에서 벤치를 지키는 선수들을 너무 믿은 반면 실전에서 펄펄 나는 K리그 선수들은 외면했다. 자연스레 감독에 대한 신임이 조금씩 떨어졌다.
전북 현대를 선두로 이끌며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던 이동국을 뽑아 제대로 기용하지 못해 팬들의 비난을 받았던 사건, 손흥민(함부르크)의 아버지 손웅정 춘천FC감독이 "대표팀 차출을 자제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조광래 감독의 대표팀 운용에 반기를 드는 모습 등은 조광래 감독의 리더십과 '조광래호'에 심각한 균열을 가져왔다.
여기에 3차 예선 3승1무1패(승점 10점)로 불안한 조 1위를 지키고 있어 내년 쿠웨이트와 최종전서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 여부가 가려진다는 사실도 한국 축구의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가 됐다. 결국 축구협회는 마지막 칼을 빼든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8일 오전 10시 축구회관에서 조중연 협회장,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조광래 감독 경질에 대한 공식 기자회견을 갖는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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