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조직을 개편했다. 청와대가 내세운 개편의 초점은 국민과의 소통 강화다. 이를 위해 사회통합수석 국민소통비서관 밑에 '세대공감팀'을 신설했다. '10ㆍ26 재보선'에서 나타난 20~40대의 생각을 수렴해 국정 운영과 정책에 효과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의도라고 한다. 이 대통령이 재보선 직후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젊은 세대들의 뜻을 깊이 새기겠다"고 말한 것을 실천에 옮기는 셈이다.
청와대가 20~40대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등 민심을 수용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소통이 말이나 조직 개편만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6ㆍ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직후인 7월에도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한다며 사회통합수석실을 신설하는 등 조직을 개편했다. 하지만 그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가. '소통의 불통'은 현재진행형이다.
소통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쌍방향 대화다. 진정성 있는 대화와 행동으로부터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백날 '소통'을 얘기해도 결과는 불통일 뿐이다. 젊은이들의 뜻을 새기겠다고 한 날, 젊은이들이 불통의 상징으로 여기는 '명박산성'의 장본인을 경호처장으로 임명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괴담 수준의 유언비어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국가와 국민 간 믿음이 깨진 때문 아닌가.
청와대나 정부는 무조건 정부의 말을 안 믿으려 한다고 억울해 할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귀를 열어 바로 듣고 바로 알리려는 노력을 할 때 비로소 소통이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시민운동가 태를 벗지 못했다는 비판에도 '온라인 취임식'이나 '청책(聽策)워크숍' '원순씨의 서울e야기' 등 박원순 서울시장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청와대는 조직 개편에 이어 금명간 인적 개편도 단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청와대가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정 운영에 동력을 받으려면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측근을 거듭 중용하는 '코드 인사'나 '연고 인사'를 하지 않는 것, 진정한 소통은 그로부터 출발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모쪼록 이 대통령이 국민과의 진정한 소통을 위해 고민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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