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내년 초에 '4대강 자전거길 종주 인증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4대강 자전거길에 50㎞마다 1개씩 모두 18개의 인증센터를 설치하고, 자전거길 이용자에게 패스포트를 발급한다는 것이다. 구간별로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에서 스탬프를 찍어주고 완주한 사람에게는 인증서와 인증메달도 수여하겠다고 한다.
국토부는 '강에 대한 친근감 유발'과 '4대강을 중심으로 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내세웠다. 또한 그 효과로 '전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고 국토사랑 분위기를 확산'하게 되고 '제주 올레길, 스페인 산티아고길과 같은 세계적인 명품 자전거 종주길로 도약시켜 외국 자전거 마니아의 방문도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으니 외국 자전거 마니아까지는 모르겠으나 국내 마니아 가운데는 반가워할 이들도 일부 있을 것이다. 4대강 자전거길이 완공되면 한번 종주해 보고 싶었는데 정부가 주는 패스포트, 완주 인증서, 인증메달을 받아 주위에 자랑도 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는 '소수의 작은 재밋거리' 정도이지 국토부가 말한 '국민적 축제로의 발전'은 어림도 없다.
국토부가 왜 이런 한가한 일을 하기로 했을까. 이명박 대통령이 최우선 역점 사업으로 진행해 온 4대강 사업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으니 주무부서로서 효과적인 홍보 방법을 찾아내야 했을 것이다. 청와대 쪽 요구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증제 도입'이라는 기막힌 발상을 하게 된 듯하다. 그 도입과 실시를 위해 필요한 시설의 설치와 관리, 인력의 고용과 유지에 드는 비용은 4대강 예산에서 뽑아 쓰면 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최근 개방 행사를 마친 낙동강 구미보의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균열의 발생이 관찰되는 등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16개 보의 안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전시성 홍보보다 안전 점검이 훨씬 더 시급하다. 환경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4대강 사업 외에도 국토부가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챙겨야 할 일이 많다. 예산과 인력을 아껴 서민주택 공급, 도로 등 시설물 안전, 자연재해 예방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할 입장이다. 국토부는 체육부도, 레저부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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