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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칼럼] 600년전 세종의 소통과 오늘의 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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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칼럼] 600년전 세종의 소통과 오늘의 불통 양재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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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재찬 논설위원] 북한에도 한글날이 있다. 그런데 10월 9일이 아닌 1월 15일이다. 같은 한글을 기념하는 날인데 남북이 왜 다를까. 여기에 정치 지도자 세종의 백성사랑(애민), 요즘 말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깔려 있다. 무조건 '나를 따르라'는 독선과 아집이 아닌 소통과 타협의 리더십이 담겨 있다.


남한의 10월 9일은 훈민정음 '반포'를 기념하는 날이다. 세종 28년(1446년) 음력 9월에 반포됐다고 적힌 세종실록을 근거로 1926년 조선어학회에서 음력 9월 마지막 날 29일에 '가갸날' 행사를 한 게 시작이었다. 이듬해 한글날로 바꾸고 계속 음력으로 기리다가 1940년 양력으로 바꾸면서 10월 9일로 확정했다.

북한의 1월 15일은 훈민정음 반포가 아닌 '창제'를 기념한다. 훈민정음해례를 보면 훈민정음은 세종 25년(1443년) 12월 창제됐다. 양력으로 환산하면 1444년 1월이다. 북한은 우리와 달리 훈민정음이란 표현을 그대로 쓴다. 그래서 기념일도 '훈민정음 반포일'이다.


세종은 즉각적인 훈민정음 반포와 사용 강제 대신 반대파를 설득하며 기다렸다. 남북한의 다른 한글 기념일에서 보듯 창제와 반포 사이에는 2년 9개월의 시차가 있었다. 그새 훈민정음의 문제점을 찾아 보완하는 한편 반대파와 대화했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보듯 사대부 천하를 꿈꾸는 비밀조직 밀본의 조종 아래 조정과 유림들이 들끓을 것을 염려했으리라. 반대파로 하여금 훈민정음의 필요성을 스스로 깨닫는 시간을 주었다. 당시 사대부들도 중국 글자만으로는 제대로 읽을 수도, 쓸 수도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훈민정음을 보조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세종의 애민정신은 무지한 백성이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쓰지 않도록 우리 말에 맞는 글자를 만들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출산 대책으로 내년부터 남편의 출산휴가를 3일에서 5일로 늘리고, 그중 3일은 유급(有給)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보다 높은 수준의 남편 출산휴가 제도가 이미 600년 전에 있었다. 그것도 3일의 열 배인 한 달씩이나.


그 옛날 관청 여자노비가 아이를 낳으면 7일 뒤부터 일하게 했다. 세종 8년(1426년), 너무 짧다며 100일 휴가를 주도록 명했다. 출산일이 가깝도록 일하다 지쳐 조산하거나 출산 도중 사망하는 경우가 나타났다. 세종 12년, 출산 한 달 전부터 휴가를 주도록 했다. 거짓으로 출산휴가를 쓸 수도 있다는 신하에게 "속인다 한들 한 달 넘게 속이겠느냐"며 규정을 고치게 했다. 다시 4년 뒤인 세종 16년, 여종의 남편(남자노비)에게도 한 달 산후휴가를 주도록 했다(한국학중앙연구원 박현모 박사 논문 참조). 여종에게 휴가를 주어도 그를 돌볼 사람이 없는 현실을 직시한 조치다.


세종은 또 해시계ㆍ물시계를 만들어 백성들이 지나가며 보도록 하는 한편 시각에 맞춰 광화문 앞 큰북 대종고를 쳐 널리 알렸다. 양반 지배층이 독점해 온 '문자권력'과 '시간정보'를 민초들과 공유한 것이다.


2011년 세밑, 한국 사회에 '세종 바람'이 불고 있다. 백성의 아픔을 보듬고 어루만지는 세종을 그린 사극이 인기다. 학계는 세종의 치적과 사상을 재조명한다. 기업과 공직사회에서도 세종 리더십이 화두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이를 놓칠 리 없다. 유력 대권주자의 정책자문기구에서 세종의 정치관을 주제로 책을 펴냈다.


일찍이 15세기에 소통과 타협의 리더십을 실천한 세종대왕 동상이 위치한 곳은 서울 광화문광장. 안타깝게도 21세기 광화문광장은 불통과 대립의 장소로 통한다. 영하의 날씨에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여당 단독 강행 처리에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쏘아댄 물대포를 세종대왕은 어떤 시선으로 보았을까.






양재찬 논설위원 jayan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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