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자를 지원하기 위한 고용보험 실업급여의 적립금이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다. 실업급여 지출이 수입보다 많은 적자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부터 근로자가 내는 실업급여요율을 급여의 0.9%에서 1.1%로 20%가량 올렸지만 적자 상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2014년께면 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우려된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실업급여 사업 수입은 3조5035억원, 지출은 4조1253억원으로 6218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어제 밝혔다. 2006년까지 흑자이던 실업급여는 2007년 1069억원을 시작으로 매년 적자다. 이에 따라 2006년 말 5조5397억원이던 적립금은 올해 말 1조7294억원으로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에도 4151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적자의 가장 큰 이유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격하게 늘어난 실업자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고용사정이 나아져 전년보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사정은 크게 좋아지지 않았다. 지난 9월 5만9000명이던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는 10월 6만4000명, 11월 7만명으로 다시 증가세다. 전체 지급자 수도 10월 29만4000명에서 11월 들어서는 29만6000명으로 늘었다. 부정한 방법으로 실업급여를 타내는 등 정부의 관리 부실로 인한 기금 누수도 한 원인이다.
실업급여 계정에서 지출되는 육아휴직 급여 등 과다한 모성보호 관련 지원도 문제다. 모성보호급여 사업의 올 예산은 5000여억원으로 올해 실업급여 예상 적자액의 80.4%에 달한다. 도입 당시인 2002년에는 고용보험기금과 국고에서 절반씩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국고 지원은 100억원가량으로 실업급여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형적 구조로 변했다.
실업급여는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을 때 재취업하기까지 실업자와 가족이 생활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적립금이 고갈되면 그 같은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부정 수급을 근절하고 모성보호급여 사업은 국고에서 지원하도록 하는 등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경기가 둔화세를 보이자 기업들이 구조조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 가면 실직자는 늘어나는데 실업급여를 내줄 돈은 바닥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