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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心홀린 미니어처 화장품 ‘돌풍’ 뒤에 숨은 4가지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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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시박스’ 최홍준 대표가 밝힌 성공의 비결

女心홀린 미니어처 화장품 ‘돌풍’ 뒤에 숨은 4가지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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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20.5cm, 세로 16.5cm의 예쁜 박스가 집으로 배달됐다. 박스를 열어보니 정성스럽게 리본으로 싸맨 꾸러미가 들어있다. 포장을 풀었는데 프리미엄 화장품 업체들의 앙증맞은 미니어처(샘플)들이 나왔다. 꼭 고급 화장품을 선물받는 느낌이 들었다.
최근 ‘글로시박스(GlossyBox)’라고 불리는 이 박스에 20~30대 젊은 여성들의 시선이 꽂혔다. 한정 수량으로 새로운 박스가 나올 때마다 빠른 속도로 주문이 완료된다. 입소문으로 가늠해본 인기도 가히 폭발적이다. 도대체 글로시박스의 정체는 무엇이며 이토록 열기가 뜨거운 이유는 뭘까.


지난 6월 첫 선을 보인 글로시박스코리아의 ‘글로시박스’에 대한 반응이 ‘뜨거움’을 넘어섰다. 첫 달에 500박스를 무료로 배포한 뒤 주문이 밀려들어 7월 1500박스, 8월 4000박스가 모두 주문 완료됐고, 9월과 10~11월에도 각각 8000박스, 1만개를 기록했다. 이달에만도 1만2000~1만3000박스가 전달 28일로 벌써 주문이 끝난 것으로 집계된다.

한정수량으로 제작되는 글로시박스는 희소성이 더해지며 승승장구 중이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페이스북 등 SNS의 리뷰 및 조회수도 폭발적이다. 6월 한 달간 400건 이상의 리뷰를 통해 36만회가량의 조회수를 기록해 화제를 모았고, 이후 일주일 사이에 평균 500건이 늘고 있는 추세다.


글로시박스는 유명 브랜드 화장품을 미니어처 형식으로 포장·배달해주는 서비스다. 매월 소수의 엄선된 프리미엄 화장품 미니어처를 글로시박스에 담아 뷰티 얼리 어댑터 그룹인 ‘글로시앙’(글로시박스 멤버십 회원)에게 배송하는 형태다. 회원제 서비스인 셈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글로시박스엔 독특한 구석이 있다. 화장품 미니어처를 판매하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미니어처를 받기 위해 화장품 회사에 비용을 지불하지도 않는다. 미니어처를 구성하고 박스에 담아 회원에게 배달해주는 서비스 운영 차원에서 회원비만 받는 것이 주된 수익이다. 선풍적인 인기만큼 브랜드 마케팅 서비스의 신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한 번 주목된다. 글로시박스 최홍준 대표를 만나 그 노하우를 들어봤다.


코드1 회원들이 특별함을 느끼게 하라
자세히 말하면 매월 글로시박스의 전문 뷰티MD가 각 화장품 브랜드 매니저와 함께 카테고리별로 제품을 선정해 구성하며, 참여 브랜드와 제품 특징을 고려한 콘셉트 스토리도 만들어 회원에게 보내주는 서비스다. 이용료는 한 달에 1만6500원.


첫 달에는 ‘스캔들’이라는 콘셉트로 박스가 구성됐다. 겔랑 립스틱, 페레가모 향수, 닥터 브란트 콜라겐 부스터, OPI 매니큐어, 르네휘테르 샴푸 미니어처가가 각 1개씩 담겼다. 7월에는 ‘내추럴 앤 시크’란 주제 하에 나스 블러셔, 고현정 비누로 알려진 닥터브로너스 캐틸 숍, 버버리 브리시어 향수 등 6가지 제품과 할리우드 패션 테이프를 넣어 뷰티 마니아층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달에는 젊은 여성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는 케이블TV 온스타일의 ‘겟 잇 뷰티’ 프로그램과 함께 스페셜 글로시박스를 준비했다.


“구성이 참 알차요.” “꼭 써보고 싶었던 제품이 와서 너무 좋네요.” “황홀한 복불복! 다음 달에 나올 제품이 엄청 궁금합니다.” “매우 ‘득템’한 아이템이에요.” 회원들의 호평이 줄을 잇는다. 최 대표는 “‘나는 매달 특별한 선물을 받고 있다’는 기분을 선사하는 것도 인기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회원수가 계속 늘어나 매달 2000박스씩을 더 제작하고 있다. 현재까지 유료회원 수는 1만5000명. 한 달 평균 2000명씩 증가하고 있으며 별다른 광고나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파급력이 빠르다는 게 회사 측 평가다. 하지만 최 대표는 “회원수를 늘리는 데 급급하기 보다는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페이스 조절을 하고 있다”고 했다.


회원들은 어떤 제품을 받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매달 한날한시에 배송되는 박스 수령 후, 제품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놀라움을 경험하게 된다. 여기에 감성을 자극하는 고급스러운 패키지, 함께 제공되는 뷰티팁은 온·오프라인상의 바이럴(입소문)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 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체리 피커(상품·서비스를 구매하진 않으면서 자기 실속만 챙기는 소비자)들을 걸러내기 위해 배송 이전 제품 미공개 원칙을 지키고 있다.


코드2 뷰티 트렌드 경험을 선물하라
‘여성에게 뷰티 트렌드의 경험을 선물하다’ 글로시박스가 내세우는 핵심 가치다. 사실 화장품 미니어처 배송은 글로시박스가 진행하는 뷰티 트렌드 서비스 중 일부다. 다른 서비스로는 글로시박스의 베테랑 뷰티 에디터들이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해 최신 뷰티 트렌드, 전문가의 뷰티 노하우를 전달하고 있다. 회원들은 글로시박스 사이트를 방문해 뷰티 관련 다양한 정보를 공부하고 박스 안 제품의 사용법을 보며 따라할 수 있다.


글로시박스 페이스북에서 매주 다채로운 이벤트를 진행하는가 하면, 온라인 글로시박스 매거진을 시작, 각종 뷰티 기사를 올려 제공한다. 최 대표는 “처음에 박스의 퀄리티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콘텐츠에 눈을 돌렸다”며 “화장품 이외에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는 재미있는 콘텐츠 창출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코드3 구매대상 세분 타깃 마케팅 하라
백화점 화장품 매장을 자주 방문할 수 없는 20~30대 바쁜 전문직 여성이 발품을 팔지 않고도 편하게 집에서 화장품 미니어처를 받아보고 사용해볼 수 있다는 점도 글로시박스만의 강점이다. 최 대표는 “굳이 아침 10시 30분부터 미니어처를 받기 위해 매장에 가서 줄을 서지 않아도 되므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며 “또 아주 저렴한 가격에 새로운 제품을 사용해 볼 수 있는 기회도 누릴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는 구매력 있는 여성들에게 정확하게 타깃팅해 줌으로써 그들 사이에서 구전 마케팅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한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참여 브랜드와 제품만을 위한 홈페이지(브랜드 페이지, 제품 페이지), 페이스북, 트위터, 각종 매체를 통한 이벤트와 온라인 매거진 등을 진행함으로써 젊은 여성들이 브랜드 및 제품에 포커스된 바이럴(입소문) 효과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최 대표는 “론칭 20여일 만에 제품당 최소 50만 UV(Unique Visitor, 순방문자) 이상의 홍보 효과를 봤다”고 평가했다.

女心홀린 미니어처 화장품 ‘돌풍’ 뒤에 숨은 4가지 코드


코드4 제조사·회원들과 윈윈구조 만들라
최 대표는 “글로시박스는 일종의 방송사와 같은 개념”이라며 “회원들(소비자)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화장품 회사에게는 광고마케팅을 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전했다. 글로시박스는 회원 피드백이 확실하고 여기에 소량의 테스터를 써본 뒤에 마음에 들면 정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회원(고객)과 화장품 회사를 확실하게 연결시켜 준다. 결국 ‘화장품 회사·서비스 업체·회원’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란 얘기다.


광고홍보나 샘플링을 통한 판촉 비용이 수 조 원인 데 비해 샘플 화장품을 나눠주는 방식은 피드백을 받을 수 없고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미 만들어 놓은 샘플을 비용을 전혀 들이지 않고 글로시박스에 제공함으로써 최상의 광고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화장품 회사 입장에서는 큰 매력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최 대표는 “최근 미국시장을 살펴보면 화장품 여러 개를 모아 선물해 준다는 사업들이 많다”고 했다. 주로 e커머스의 변형된 형태가 대부분이며 소비자만 생각하고 화장품 회사를 고려하지 않은 모델들이라는 얘기다. 반면 글로시박스는 체계적인 홍보 효과를 제공, 매출 상승을 가져왔다는 화장품 회사들이 여럿 나타나고 있단다. 이런 구체적인 이익 창출 효과를 수치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회사들이 있어 최 대표는 이를 위한 데이터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초기 단계지만 글로시박스는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여성 화장품 시장이 연 7~8% 상승하고 있으며 남성 쪽도 점점 커지는 중이다. 이에 따라 남성을 위한 글로시박스도 생각하고 있다. 유명 화장품 브랜드들이 대부분 남성라인을 갖추고 있지만 남성잡지 광고 외에는 마땅한 홍보마케팅 수단이 없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뷰티서비스뿐 아니라 옷, 음식, 여행 등 라이프스타일 서비스 쪽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업계는 글로시박스와 같은 회원제 서비스 산업의 전망이 밝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남성 타깃을 겨냥해 면도 제품, 향수, 로션뿐 아니라 양말, 언더웨어까지 포함해 서비스하는 HisKit이란 브랜드가 론칭됐다. 국내에서도 글로시박스를 필두로 몇 개 회사가 유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1950년대에도 이와 비슷한 서비스가 있었다”며 “성공 여부는 서비스 운영 노하우에 달려 있다. 한국은 국내 여성들이 화장품을 좋아하고 아기자기함을 선호하며 샘플 시장도 형성돼 있어 환경적으로 성공할 요인이 많다”고 말했다.


글로시박스는 어떤 회사?

글로시박스는 벤처 인큐베이팅 업체 로켓인터넷이 진행하는 여러 사업 중 하나다. 미국에서 만든 버치 박스(Birch Box)와 비슷한 형태로 독일 본사를 중심으로 아시아의 한국, 유럽의 프랑스 및 영국, 브라질 총 5개국에서 동시에 론칭했다. 이 가운데 한국은 아시아본부의 역할을 맡았다. 이달 15일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호주, 중국, 일본에도 선을 보일 계획이다. 터키, 스웨덴, 칠레, 미국도 론칭 준비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경쟁사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 h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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