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시장이 미쳤다. 적어도 미국의 경제전문방송 CNBC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CNBC는 28일자(현지 시각) 기사에서 하룻밤 사이에 4.5%나 상승한 독일의 DAX 지수나 2.9% 뛰어오른 다우존스 산업지수를 'crazy market'이라면서 '확인되지도 않고 신뢰성도 없는 호재'들에 쏠려 '매수' 버튼을 누르는 투자자들을 달리 설명할 단어를 찾지 못한다.
"만일 주식시장이 뉴스 헤드라인에 반응할 만큼 그렇게 멍청하다면, 난 투자자들에게 장님과 절름발이가 우글거리는 함정에 빠져들지 말라고 충고할 것"이라고 사우드웨스트 증권의 디렉터인 마크 그랜트는 경고한다.
CNBC는 기업의 이익이나 경제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국채 위기를 경감시킬지, 악화시킬지 알 수 없는 현재 진행형 정치 게임에 지배되는 것이 지금 시장의 '삶'이라고 비평한다. 어제와 무엇이 바뀌었을까?
유로존의 루머는 시간당 한 건 꼴로 생산되지만 확인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낙관론자들은 재원이 빡빡한 국제통화기금(IMF)이 수천억 달러 규모의 이탈리아 구제금융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유로존이 공멸하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정치 지도자들이 합의를 볼 것이라고 단언한다.
더구나 내년 초쯤이면 미국, 중국, 유로존, 영국 등 주요 경제대국들의 연쇄적인 양적완화(QE3)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한 몫한다.
아닌게 아니라, 27일 조사에서는 은행가들의 80%가 내년 3월쯤이면 벤 버냉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또 다시 돈을 뿌리러 헬기를 탈 것이라고 대답했다. 소씨에떼제네랄 은행은 6천억 달러 규모라고 액수까지 못박았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이미 올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유동성 완화가 지난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하고 있다.
"돈 안찍는다, 국채 매입은 꿈도 꾸지 말아라"고 단언한 유럽중앙은행(ECB)은 알고 보면, 한달에 6백억 달러 꼴로 남유럽 부실국가 채권을 매입중이다. 지난 1년간 1조 달러의 돈을 풀었고, 기준금리도 내년 이맘때쯤이면 지금의 1.25%에서 0.5%로 떨어질 것이라는데 시장의 이견이 없다.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은 ECB의 '창조적 모호함'(creative ambiguity)이라는 신종 '커뮤니케이션 스킬'이지만 이 소통 기법은 유럽판 '나꼼수'인 것도 분명하다.
게다가 미국의 추수감사절 세일 주말에 소비자들은 "내일이 안 올 것처럼" 닥치는대로 물건을 사제꼈다. 시장만 미친 것은 아니다.
비관론자에게는 이 모든 소식들이 악재다. 독일이 유로존을 떠나는 두가지 조건은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유로존 채무에 대한 독일의 부담이 과중한 경우'이기 때문에, ECB의 돈 풀기나 유로본드는 독일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유럽의 타협이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볼프강 뮌차우는 "난 못 믿겠다"고 노골적으로 회의적이다.
국제 외환거래 거래 시스템을 관장하는 ICAP은 유로화 붕괴에 대비한 시뮬레이션을 마쳤고, 영국 외무부는 유럽 현지 영국대사관들에게 유로화 붕괴시의 사회적 소요에 대비한 해외 거주 영국인 송환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거기다 경기 전망도 우울해서 유로존 위기에 따른 세계적인 불황 전망은 뉴스거리도 되기 힘들만큼 흔해졌다. 지난 26일의 미국 모기지뱅커(주택대출 전문 은행가들)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 전원이 2013년까지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CNBC는 이 '미친 시장'의 참여자가 누구인지 묻는다. "장기 투자자가 아니라, 단기 트레이더들"이 지금 시장의 주축군이다.
멀린 증권의 시장 전략가인 릭 벤시뇨는 "지금은 여전히 투자가의 시장은 아니다, 지금은 분명히 단기거래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미래는? 트림탭스의 최고경영자인 찰스 비더만은 "우리는 중앙은행들과 정부들이 신용시장 조건이 악화될수록 더 공격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본다"면서 "그 결과 금융시장에서의 변동성이 극도로 높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확실성 앞에서는 제 정신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공순 기자 cp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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