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회계부정 사건에 휘말린 일본 종합광학기기업체 올림푸스가 손실을 은폐하기 위해 사용한 수법이 21일 제3자위원회의 조사 결과 드러났다.
21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올림푸스 경영진은 지난 90년대 고위험성 금융투자로 상당한 손실을 입은 뒤 2001년부터 새로운 회계기준을 도입하게 되자 이 사실이 표면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외국 금융기관에 둔 예금·채권 등 자산을 담보로 해외 투자펀드가 융자를 받게 한 뒤 손실이 발생한 자산을 장부가액으로 매도했다.
부실 자산을 매입한 펀드들은 자산운용을 통해 손실을 메우려 했지만 실패했고, 이 때문에 올림푸스는 2006~2008년 영국 의료기기 자이러스 인수와 일본 내 중소기업체 3곳의 인수 과정에서 자금을 빼돌려 손실을 보전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 90년대 초반 일본 경제가 ’버블‘을 구가하던 때 일본 기업들의 고질적 병폐였던 ‘도바시(飛ばし)’의 전형적 사례다. 도바시는 일본 금융계의 은어로 ‘빼돌리기’라는 뜻이며, 평가손이 발생한 증권을 결산시기가 다른 관계사에 실가치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도하는 등 부외로 옮겨 손실을 은폐하는 분식회계 수법이다.
이 과정에서 올림푸스는 전직 대형 증권사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영국령 케이먼제도 등에 10개 이상의 해외 펀드를 이용했으며, 아예 새로 펀드를 설립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담보 등에 쓰인 올림푸스의 자금은 2005년 1분기에 최대 1300억엔에 이르렀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한편 제3자위원회는 뉴욕타임즈(NYT) 등 외신이 제기한 야쿠자 자금의 개입 의혹에 대해 “지금까지의 조사 과정에서 ‘반사회적 세력’이 관여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NYT는 지난 17일 일본 수사당국이 올림푸스의 회계장부에서 2000년~2007년까지 약 3760억엔이 누락된 정황을 발견해 조사 중이며, 이중 1000억~2000억엔이 최대 야쿠자 조직 야마구치구미 등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야쿠자 개입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올림푸스 주식의 상장폐지 가능성도 커지며 은행권으로부터의 자금 조달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로이터통신은 조직범죄수사를 전담하는 도쿄 경찰 강력반도 올림푸스 조사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제3자위원회는 다음달 초 최종 조사 보고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해임됐던 마이클 우드포드 전 사장은 21일 회견을 열고 “제3자위원회는 아직 조사를 다 끝내지도 않은 상태에서 충분한 검토 없이 성급하게 단정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23일 일본 사법당국의 조사에 응할 계획이며, 25일 이사회에도 이사 자격으로 참석해 진상 규명을 촉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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