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ECB는 3일 마리오 드라기 신임 총재의 취임 후 첫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의 전문가 조사에서는 이코노미스트 55명중 51명이 동결을 점쳤다.
그리스가 유로존 잔류 여부와 2차 구제금융안 수용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를 전격 선언함으로써 유로존 재정위기 사태의 불투명성이 커지고 이탈리아·스페인 등의 국채 수익률도 치솟는 가운데 ECB의 기준금리 인하는 금융시장 유동성 확대에 상당한 힘이 될 전망이다.
유로존 부채위기가 확산 양상을 보이면서 ECB는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사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유로존 재정위기국들의 국채 매입에 나서고 있다. 유로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ECB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나, 부채위기 심화와 세계경제 둔화 조짐으로 다시 금리를 낮추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EU 지도자들은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프랑스 칸에서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를 호출해 긴급회동을 가졌다. 독일과 프랑스는 그리스의 2차 지원안 수용에 대한 국민투표를 ‘유로존 잔류 여부’를 결정짓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비오 페루초 RBS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경제가 이미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유로존, 특히 일부 회원국의 존립과 직결된 문제가 됐다”면서 “ECB의 지원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닉 쿠니스 ABN암로 거시경제연구책임자는 “금리 인하가 놀라운 타이밍에 전격 단행됐다”면서 “이번 결정은 그야말로 옳은 것이며, 유럽 경제가 팀체 조짐을 보이고 있고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경기 하방리스크도 커진 상황이기에 추가 인하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는 프랑크푸르트 현지시간 오후 2시30분 기자회견을 열고 정책회의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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