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까지 627억…작년 전체보다 피해액 많아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개인정보 해킹이 점점 지능화되면서 피해건수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의 피해규모도 이미 지난해 총 피해규모를 넘어섰다. 그러나 당국은 '뒷북 대책'만을 내놓고 있어 향후 보이스피싱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말 현재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627억원(5336건)으로 지난해 총 피해액인 554억원(5455건)을 넘어섰다. 1건당 피해액수도 지난해 1015만원에서 1175만원으로 15% 늘어났다.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는 지난 2007년 434억원(3981건)에서 2008년 877억원(8454건)으로 최고점을 기록했다가, 2009년 6월부터 당국의 집중단속이 시작되자 규모가 줄어들어 2009년에는 621억원(6720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그 규모가 더 줄어들었다가 올들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
이처럼 보이스피싱 피해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난 데는 '카드론 보이스피싱'이 한몫했다. 이전에는 보이스피싱이 단순히 예금만을 빼가는 데 그쳤다면, 요즘은 신용카드 및 마이너스 통장으로 대출을 받아 이체하는 방식을 쓰고 있어 피해금액이 더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카드번호와 비밀번호, CVC자리만 있으면 쉽게 카드론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범죄를 부추겼다. 네이트 등 대형 포털은 물론 농협, 삼성카드 등 금융사들의 고객정보가 유출되면서 범죄자들이 쉽게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도 주요 원인이다. 또 일부 대부업체ㆍ저축은행 대출중개인들이 개인들의 신용정보를 사고팔기도 한다.
김석 금감원 전화금융사기피해구제준비반장은 "계좌번호, 카드번호를 다 아는데다 기관원 사칭까지 하니 속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고객 DB해킹, 금융회사 대출중개인 등을 통해 돌아다니는 개인정보에 범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카드론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 전화 및 휴대폰 인증번호를 통해 본인확인을 한 후에만 카드론 대출을 해 주는 방안을 마련했다. 전업카드사 및 겸영은행들은 내달 1일부터, 일부 지방은행은 빠르면 내달 중 시스템에 이를 적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대책으로도 보이스피싱에 완벽하게 대처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책이 시행되면 일단 건수는 줄어들겠지만, 범죄자들이 다시 작업을 해서 새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를 마련할 것"이라며 "당국의 대책이 뒷북을 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결국 악순환을 없애기 위해선 금융소비자 개인이 주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지은 기자 leez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