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C <놀러와>는 변신 중이다. <놀러와>의 중요 코너였던 ‘골방 토크’는 ‘골방 클리닉’으로 이름을 바꾸고 출연자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형태가 되었다. 특히 출연자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해결의 책’이 화제다. ‘해결의 책’은 출연자들이 책에 손을 얹고 고민을 말한 뒤 책을 펴면 고민을 단숨에 해결해주는 메시지가 나온다는 것. 학창 시절에 많이 했었던, 책을 펴서 사람 그림이 많은 사람이 이기는 게임 같은 장난스러운 고민 해결 방법이지만, ‘해결의 책’은 의외로 소름 돋는 대답을 들려준다. 이 코너가 처음 시작됐을 때 김광규는 ‘해결의 책’에 “짝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졌고, ‘해결의 책’은 아주 간단히 “예”라는 대답을 돌려주기도 했다.
‘해결의 책’에 대해 <놀러와>의 연출자 김유곤 PD는 <10 아시아>에 “여러 사람들이 출연하는 토크쇼는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때 자칫 집중력을 잃기 쉽다. 여기에 ‘해결의 책’처럼 일종의 놀이 같은 요소를 도입하면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몰입도가 높아진 상태에서는 새로운 내용의 토크가 나오기도 한다. 또 자연스럽게 고민을 말하면서 출연자의 색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은지원처럼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소 철없는 아이 같은 이미지로 나왔던 출연자가 ‘해결의 책’ 앞에서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라는 어른스럽고, 진지한 고민을 털어놓는 등 출연자의 또 다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매개체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해결의 책’은 사실 시중에서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제작진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재미있게 보일 수 있도록 많은 회의를 거쳐 내용을 바꿨다고. 김유곤 PD는 “‘해결의 책’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해결의 책’에서 나온 대답을 출연자의 고민과 연결해주는 유재석, 김원희 두 MC의 역량이다. 대본없이 두 MC가 현장에서 흐름을 타면서 출연자의 고민과 ‘해결의 책’의 고민을 연결하고, 또 거기에서 새로운 토크가 뻗어 나갈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워낙 잘하는 분들이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놀러와>는 2004년 첫 방송되어 만으로 8년째 방영 중이다. 그만큼 기존 형식이나 분위기를 바꾸기 어렵다. 특히 출연자들을 하나의 콘셉트로 묶는 기획 섭외와 ‘골방토크’는 현재 <놀러와>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틀이다. 새로운 연출자 김유곤 PD는 대중에게 익숙한 틀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대신 다양한 장치로 프로그램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려고 하는 셈이다. 김유곤 PD는 “<놀러와>에 새로운 느낌을 주고 싶어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해결의 책’도 그러한 고민 중 하나다. ‘해결의 책’ 뿐만 아니라 여러 형식과 장치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놀러와>는 토크쇼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침체와 함께 시청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기도 했다. ‘해결의 책’ 등 새로운 시도가 <놀러와>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10 아시아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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