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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첫 ‘피플퍼스트’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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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토) 오후 2시 송파구청 대강당 제1회 송파지적장애인당사자대회, 국내 지적장애인과 서포터 등 150명 참석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우리를 당신의 기준에 맞춰서 만들려고 하지 마세요. 우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세요….”


영화 '도가니' 열풍 속에서 국내서 처음으로 지적장애인들이 자기 목소리를 낸다.

이른바 ‘피플퍼스트’ 지적장애인들의 인권선언은 15일 오후 2시 송파구청 대강당에서 열리는 제1회 송파지적장애인당사자대회에서 진행된다.


자발적으로 대회 신청을 한 서울과 수도권 일대 지적·자폐성 장애인과 서포터 등 150명이 참석한다.

이 날 지적장애인들은 ‘우리들이 하고 싶은 것, 우리들의 생활, 우리들이 원하는 삶’에 대한 주제 발표와 토론을 벌인다.


일·직업, 사랑·연애, 자립생활·지역에서 살아가기 등 지적장애인들이 직접 선정한 3개 주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발표한다.


이밖에도 자유발언, 퍼플퍼스트 선언문 낭독 등 순서가 마련된다. 2부 교류회에서는 지적장애인들로 구성된 난타팀 사랑의복지관 ‘꿈두드림’과 밴드 공연 등 즐거운 잔치도 잇달아 열린다.

지적장애인 첫 ‘피플퍼스트’ 선언 피플퍼스트 실행위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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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대회는 지적장애인 당사자들이 준비부터 대회 진행까지 모든 순서를 직접 맡았다. 대회제목과 부제, 대회일정조정, 선언문 작성, 역할분담 등 모든 과정을 지난 5월부터 20여 차례 계속된 지적장애인 당사자들로 구성된 실행위원회 모임이 주도했다.


3년 전부터 지적장애인 자조모임을 이끌어왔던 서영우 (45·지적장애2급) 실행위원장을 비롯 장수현(37·지적장애2급), 문수현(21·지적장애3급), 유구상(23·지적장애3급), 장유진(22·자폐성장애2급), 강주영(23·지적자폐2급) 등 총 6명.


이번 대회를 축하해주기 위해 5년 전부터 서영우 실행위원장과 각별한 친분을 다져왔던 일본 피플퍼스트 동경지국 사사키 노부유끼(38·지적2급) 사무국장과 서포터 야스자토 유시키(52) 씨가 함께 참석한다.


“지적장애인들이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친해지고, 장애인 인권에 알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힌 서영우 실행위원장은 “지적장애인에게 결정권을 주는 것이다. 당사자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느끼고 봤으면 좋겠다. 변화를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며 어눌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똑똑히 말했다.


물론 이번 대회는 국내 장애인 인권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소장 박찬오)가 측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타이밍 감각이 부족한 지적장애인들이 대회 일정에 맞춰 준비에 차질에 없도록 돕고, 섭외와 홍보 전단지 등을 챙기는 것은 센터가 도맡았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찬오 소장은 “그동안 지적장애인들은 대상화만 돼 있었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은 작은 것이라도 직접 선택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적장애인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적장애인당사자대회를 전국대회로 확대시키는 한편 지적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기반조성을 위해 노력할 뜻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지체장애인에게는 한 달 최대 450시간의 활동보조시간이 책정된 데 비해 지적장애인은 평균 100시간 정도밖에 지원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돈 착취, 성적유린 등 위험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한편 ‘피플퍼스트’는 지적장애인 스스로 중심이 돼 활동하는 조직으로 1973년 미국 오레곤주에서 시작됐다. ‘지능이 낮은 사람도, 장애인도 아닌 나는 먼저 인간으로서 대우받고 싶다(I want to be treated like PEOPLE FIRST)’라고 얘기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1991년 캐나다, 미국 등 세계 10여 개국에서 잇달아 피플퍼스트가 조직됐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5년 간의 준비모임을 거쳐 94년부터 매년 퍼플퍼스트 전국대회를 열고 있다.


‘피플퍼스트’는 자기결정으로부터 시작된 지적장애인 당사자운동이다.




박종일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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