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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잘 팔려도 쉬쉬하는 식품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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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면 블랙’ 쇼크에 괜히 표적될라 불안감
원자재값에 가격 인상 급한데…정부는 물가안정 압박만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요즘 같은 때에는 매출이 잘 나와도 좋아할 수 없다니까요.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상책입니다."

최근 식품업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정부의 극심한 물가 안정 압박으로 인해 한 제품의 국내 생산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식품업체들은 요즘 납작 엎드린 상태에서 정부의 눈치만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소위 어느 제품이 잘 나간다는 말이 나오면 정부가 이에 대해 조사하는 표적이 될까 싶어 불안한 모습이다.

이에 따라 사회적 문제가 됐던 관계의 '복지부동'이 일반 기업들에서도 발생하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식품업계의 위축된 분위기는 농심의 '신라면 블랙' 사건으로부터 촉발됐다.


당초 라면도 보양식이 될 수 있다는 개념으로 개발돼 한 끼 식사를 책임질 수 있는 프리미엄 라면으로 기대를 모은 신라면 블랙은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출시 첫 달인 지난 4월 9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려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6월 과장 광고 혐의로 1억5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제재를 가하자 '거품 가격' 논란에 휩싸이며 이미지가 크게 훼손돼 매출이 줄어들며 결국 출시 4개월 만에 국내 생산을 중단하게 됐다. 정부의 지나친 압박이 결국 기업이 수백억원을 들이며 개발한 신제품의 생산을 멈추게 하는 일까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소위 지나친 '관치'로 인해 발생한 부작용"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제품은 기업이 막대한 투자와 개발 노력에 의해 탄생하는 것인데 소비자가 선택하게끔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이를 물가 안정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결국 외부에 의해 생산이 중단된 것은 기업이 장사를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 식품업체들은 신제품 출시를 뒤로 미루거나 아예 백지화한 상태이며 특정 제품의 매출이 좋아도 이를 쉬쉬하며 언급을 자제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급등 등으로 실적 악화가 계속 되고 있지만 가격 인상이라는 말은 현 정부 내에서는 '금기'시 되고 있어 한숨만 내쉬고 있는 상황이다.


또 유업체들은 지난 8월 중순 원유(原乳) 가격 인상이 합의된 이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적자에 최근 우유값 인상을 업계 자율에 맡겨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농림수산식품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들은 올 연말까지 가격 인상이 되지 않으면 전체 우유업계의 손실이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제품의 매출 실적이 좋아도 괜한 오해를 받을까 싶어 조심하고 있다"고 "아무 잘못이 없는데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슨 죄인이 된 것 같다"고 푸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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