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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잡스이후 반사이익' 기대면 2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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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어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잡스가 없는 애플과 경쟁하는 이들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리리란 계산이 깔린 모양이다. 하지만 이는 장중에 잡스의 사망 소식을 접한 투자자들의 단기 반응일 뿐이다.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을 뒤흔든 애플의 파괴력과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하면 헛꿈에 그칠 공산이 크다.


스티브 잡스가 누구인가. 남들이 '조금 나은 휴대폰'에 매달릴 때 '손안의 PC' '주머니 속 인터넷'을 생각했다. 남들이 글자판에 맞춰 두드리는 키보드에 얽매일 때 손가락을 툭 갖다 대는 터치패널을 떠올렸다. 소비자의 니즈를 뒤쫓는 게 아니라 몇 발 앞서가 따라오게 만들었다. 아이팟ㆍ아이폰ㆍ아이패드 등 신제품과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IT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떠나 있던 기간을 빼고도 25년 동안 애플을 진두지휘하면서 창의와 혁신의 유전자(DNA)를 심었으며 '애플 파워'를 키웠다.


이런 애플이 잡스가 떠났다고 금세 무기력해질까. 잡스는 죽음을 예상한 듯 지난 8월 최고경영자(CEO)직에서 물러나며 팀 쿡을 후임으로 지명하는 등 조직을 챙겼다. 잡스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6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애플의 주가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전날보다 88센트 내린 377.37달러로 마감했고 시가총액은 3544억달러로 엑손모빌을 다시 제쳤다. 잡스의 사망이 애플의 앞날에 미칠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거라는 시장의 판단이다.


잡스는 떠났어도 IT 산업의 혁신은 계속될 것이다. 오히려 잡스 없는 IT 생태계의 경쟁구도는 군웅할거(群雄割據)로 더 치열해질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이 잡스 사후의 반사이익이나 어부지리를 떠올리며 안주한다면 2류 기업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잡스가 있을 때의 애플을 능가하는 창의력과 제품 혁신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애플과 특허전쟁 중인 삼성부터 잡스를 능가하는 창의적 인재를 키워야 한다. 시장을 선도하는 소프트웨어의 창의력 없이 하드웨어만 만지작거리다가는 기계만 만드는 제조업체에 머물고 만다. IT 산업의 판을 바꾸려면 애플 파워의 약화를 기다릴 게 아니라 시장을 선도하는 '삼성 파워' 'LG 파워'를 키우는 게 정답이다. 잡스 이후의 IT 생태계, 새로운 도전의 시대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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