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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웅의 파나마 일기②]예상치 못한 출혈에 운 독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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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웅의 파나마 일기②]예상치 못한 출혈에 운 독일전 2011 파나마 야구월드컵에서 대표팀의 허리를 책임지는 윤지웅(넥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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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현지시간). 잠에서 깨자마자 창문을 열었다. 해는 중천에 가까웠다. 오랜만에 마음 놓고 눈을 붙였던 것 같다. 23시간의 긴 이동과 바로 치른 베네수엘라전. 피로는 아직 덜 풀렸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파나마의 맑은 공기 때문인 것 같다.

아직 선수단의 전력은 온전하지 못하다. 대부분 부단히 체력을 끌어올린다. 전열을 정비중인 우리의 두 번째 상대는 독일. 야구보다 프로축구 분데스리가로 더 유명한 나라다. 차범근, 차두리 부자에 최근 유망주 손흥민까지 함부르크 SV에서 뛰어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축구의 이미지가 강했던 탓일까. 경기를 앞둔 우리는 상대를 약체로 여겼다. 가볍게 승리를 거두고 컨디션을 점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치트레 리코 세데뇨 구장에서 부딪힌 독일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탄탄한 기본기에 상당한 응집력을 자랑했다. 대회 전 손발을 많이 맞췄는지 팀플레이도 척척 맞아떨어졌다. 약점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대표팀은 2회 (김)재환이의 적시타로 선제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리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잇따른 추가 득점의 기회를 놓쳤고 3회 (나)성범이가 상대에 2점을 내줘 역전을 허용했다. 타선은 6회 다시 경기를 뒤집었다. 재환이의 적시타와 (박)해민이의 2타점 역전 적시타가 터지며 4-2로 앞서나갔다.


해민이는 이번 대회 대표팀의 다크호스다. 전날 베네수엘라전에서 3안타를 몰아치더니 이날 역시 위기에서 우익선상 2루타를 터뜨렸다. 그의 안타가 없었다면 더그아웃의 분위기는 회복되지 못했을 것이다. 대표팀은 앞서 전력에 큰 손실을 입었다. 주장인 (정)현석이형이 3루를 쇄도하다 손가락 부상을 당했다. 3루 앞에서 경기를 지켜본 나는 현석이형이 “타임”을 외친 순간 손가락이 부러졌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불길한 예감을 틀리지 않았다. 트레이너의 체크 결과 부상은 골절상으로 밝혀졌다. 4번 타자와 주장을 한 번에 잃게 된 대표팀이 남은 경기를 잘 치를 수 있을 지 걱정된다.


이날 부상을 당한 선수는 한 명 더 있었다. 선발투수로 나선 (나)성범이다. 7회 그는 안타와 볼넷을 내주더니 이내 “타임”을 외쳤다. 황급히 마운드로 올라간 천보성 감독은 바로 투수 교체를 지시했다. 울상을 지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성범이는 손톱이 깨져 더 이상 공을 던질 수 없었다. 순간 더그아웃에 보이지 않는 긴장이 흘렀다. 아마 모두 줄 부상에 대한 우려와 함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함을 느꼈을 것이다.


(임)진우 형의 번트 송구 실책과 (최)성훈이의 연속 밀어내기 볼넷으로 대표팀은 독일에 4-4 동점을 허용했다. 승패는 1, 2루에 주자를 놓고 펼치는 10회 승부치기에서 갈렸다. 우리는 1점을 내줬지만 이어진 공격에서 (모)창민이 형이 2타점 끝내기 좌전 적시타를 때려 6-5로 승리했다.


경기 뒤 나는 독일의 급성장한 전력의 비결이 궁금해 상대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서 만난 팀 닥터는 내게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줬다.


“독일 정부가 최근 축구 못지않게 야구에 많은 돈을 투자를 한다. 근래 청소년들 사이에서 야구 붐도 일고 있고. 향후 5~10년 뒤 독일은 한국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 것이다.”


그의 말은 꽤 섬뜩하게 들렸다. 오늘 경기를 돌이켜보니 더 그러했다. 대표팀은 천당과 지옥을 여러 번 오고갔다. 역전을 두 번이나 내줬고 두 명의 선수가 부상까지 당했다. 승리를 거뒀지만 선수단 내 분위기는 침울하다. 오히려 밝은 쪽은 2연패를 당한 독일인 것 같다. 내일 호주전에서 호투를 펼쳐 분위기를 꼭 돌려놓고 싶다.


P S : 성범이는 손톱이 조금 깨졌지만 큰 부상은 아니다. 며칠 쉬면 마운드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석이 형은 다르다. 손가락이 반대로 휘는 골절을 당했다. 현재 현지병원으로 이동해 뼈를 맞추는 수술에 들어갔다. 이 글을 보는 독자들이 빠른 쾌유를 빌어줬으면 좋겠다.


윤지웅 넥센 히어로즈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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