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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겨울연가>│그리움이 쌓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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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겨울연가>│그리움이 쌓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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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스런 함박눈, 눈이 내려앉은 메타세콰이어길, 그리고 그 아래 손을 맞잡은 두 남녀. 종종 어떤 드라마들은 내용보다 선명한 이미지로 각인될 때가 있다. 이 범주 안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는 윤석호 감독이다. KBS <가을동화>에서 시작해 <봄의 왈츠>까지, 윤석호 감독은 한국의 사계절에 순수를 결합한 작품들로 뚜렷한 자기세계를 구축해왔다. 그 중 조용히 시작해 묵직한 무게로 내려앉는 눈을 그리움의 정서로 풀어낸 <겨울연가>는 “인생의 방향성을 결정할 만큼”(윤석호) 안팎으로 수많은 화제를 모았다. 지난 9년간 <겨울연가>는 한류의 시작이자 중심이었고,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으로 따로 제작될 만큼 다양한 변주를 선보였다. 지난 27일 명보아트홀 하람홀에서는 2012년 방송 10주년을 맞이해 소극장 뮤지컬로 변신한 <겨울연가>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2006년 삿포로와 도교에서 공연된 임태경, 고영빈 주연의 <겨울연가>가 대극장 뮤지컬로 스케일에 주목했다면, 2011년 <겨울연가>는 드라마원작이 가진 첫사랑을 향한 그리움과 순애보 같은 감정에 호소한다. 숲 속 음악회라는 콘셉트에 맞춰 무대 위에는 숲과 눈뿐이다. 장면이나 세트 전환을 위한 암전도 최소화되고, 그저 숲에서 벤치가 등장했다 사라지는 정도로 그들이 서 있는 공간을 표현한다. “대사를 간소화하고, 음악 위주로 세팅”(유희성)하며 극적인 사건보다는 첫 키스의 순간이나 프로포즈를 준비하는 설렘 등의 어떤 순간에 집중한다. 최근 다양한 작품에서 시도되고 있는 슬로우모션 같은 마임도 기억의 환기라는 면에서 이용된다. 뮤지컬치고는 짧은 80분이라는 러닝타임, 귀에 익숙한 ‘처음부터 지금까지’, ‘My Memory’ 등 <겨울연가>의 대표 OST의 등장은 뮤지컬 <겨울연가>의 정확한 타겟과 목적성을 드러낸다.


국내관객과 해외관객을 모두 아우르는 법


뮤지컬 <겨울연가>│그리움이 쌓이네

<겨울연가>는 그리움의 드라마이고, 뮤지컬 <겨울연가>도 마찬가지다. 대신 뮤지컬은 관객의 첫사랑뿐 아니라 드라마 <겨울연가>를 향한 그리움 역시 대상으로 삼는다. 그래서 뮤지컬 <겨울연가>가 공략하는 대상은 국내가 아닌 해외관객이다. 명동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공연장과 일본어 자막서비스는 기본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가사나 대사의 전달이 불가능해도 인물에게 이입할 수 있을 만큼 직접적이다. 준상(김태한·김승회)과 유진(최수진·백은혜), 상혁(김경수·전재홍)의 관계는 트라이앵글 동선과 각기 다른 색의 조명으로 한눈에 설명된다. 연출가 유희성의 “드라마 읽어주는 남자”라는 연출의도에는 적합한 셈이다.


<겨울연가>의 목표가 해외관객유치에 머무른다면 큰 무리는 없다. 하지만 뮤지컬 <겨울연가>를 총괄하는 윤석호 감독과 유희성 연출 모두 해외관광객을 위한 뮤지컬이 <난타>와 <점프> 같은 넌버벌 퍼포먼스에 국한되어 있고, 대중의 인기를 얻은 소극장 뮤지컬이 대부분 코미디적 요소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겨울연가>가 그 대안이 되기를 기대했다. 그렇다면 다음 선결 과제는 결국 해외관객만을 대상으로 한 ‘한류뮤지컬’이 아닌, 국내외를 나누지 않는 글로벌한 정서와 그에 걸맞은 세련되고 디테일한 무대언어일 것이다. 원작을 가진 뮤지컬은 수많은 가능성을 안고 태어난다. 기억을 잃은 남자와 사랑을 잊지 않은 여자, 그리고 그 여자를 평생 지켜봐 온 또 다른 남자, <겨울연가>도 마찬가지다. 새하얀 눈밭에 발자국을 남기기 시작한 <겨울연가>가 만들어갈 길은 어떤 느낌일까. 9월 27일부터 내년 3월 18일까지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 와이트리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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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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