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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인하, 물가가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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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에 오른 재정부 관세정책

[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물가잡으려다 제당업계 다죽겠다..재정부 관세정책 도마에..할당관세로 물가잡기도 무리수


기획재정부의 관세정책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물가를 잡기위한 관세인하가 정작 가격안정에는 도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관련 산업이 붕괴되고 세수만 감소하는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설탕이 대표적이다. 재정부는 지난 7일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수입설탕에 물리는 기본관세를 현행 35%에서 5%로 대폭 낮추겠다고 밝혔다. 수입설탕 물량을 늘려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3개 국내업체가 잡고 있는 국내 설탕값을 내리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제당업계에서는 "설탕시장의 가격 구조를 전혀 모르고 결정한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설탕은 대형 장치산업의 특성상 원재료인 원당을 들여와 대규모로 생산해야 수지가 맞다. 그 결과 자국 시장에 물량을 풀고, 수요를 넘는 나머지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값에 국제 시장에서 덤핑으로 파는 '이중가격' 구조를 취하고 있다.

주요국들은 덤핑물량이 자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위해 무거운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설탕관세율은 캐나다 113%, 일본 70%, 미국 51%에 달한다. 유럽연합은 t당 원가 600달러짜리 설탕을 국제시장에 400달러에 팔면서도 역수입을 우려해 85%의 무거운 관세를 물리고 있다. 수입에 의존하면 국제설탕 시장의 급등락 위험이 가격에 반영돼 국내 설탕값이 치솟는 부작용이 있어서다. 실제로 설탕을 전량수입하는 홍콩은 구매력지수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설탕가격이 30%가량 비싸다.


제당업계 관계자는 "재정부가 관세를 통해 '보여주기식 물가잡기'를 하면서 국내산업이 위험에 처했다"면서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 사이에만 1300억원의 적자를 낸 제당 3사 입장에선 죽으란 소리"라고 말했다.


할당관세 정책(물가안정을 위해 일정범위 안에서 관세율을 올리거나 내리는 제도)도 표류하고 있다. 재정부가 2008~2010년간 할당관세로 포기한 세수입은 약 4조 6000억원. 올해도 116개 품목을 할당관세 대상으로 지정해 1조2000억원의 세수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세수와 맞바꾼 만큼의 가격인하가 없다는데 있다. 재정부는 올해 1월초 67개였던 할당관세를 계속 늘렸지만 소비자 물가지수는 118.9(1월)에서 122.5(8월)로 상승했다. 수입 돼지고기의 경우는 재정부가 1월부터 25%의 관세를 없앤 뒤에 수입량과 가격이 함께 올라가는 기현상도 일어났다. 1~6월간 수입 돼지고기 재고량이 1만8212t에서 2만9434t으로 늘어난 사이, 가격도 kg당 1만6860원에서 2만3396원으로 올랐다. 일부 유통업자들이 유통차익 상승을 노리고 장기간 창고에 보관해 벌어진 일이다.


또, 화장품과 향수에 대한 할당관세는 수입업자의 배만 불렸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재정부는 시슬리, 안나 수이 등 외산 화장품과 향수 등의 물리는 관세를 6.5%에서 4%로 깎았지만, 이들 업체들은 종전 가격 그대로 판매했다. 랑콤의 경우는 15만5000원짜리였던 제니피끄(50mL) 에센스 가격을 관세인하 이후에 1만원을 올리기까지 했다. 이렇게 수입업체들이 앉아서 올린 이득은 65억원으로 추산됐다. 감사원은 기획재정부 감사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고 재정부는 결국 올해 7월부터 수입 화장품 업체에 대한 할당관세를 철회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상황에서 관세로 물가를 잡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면서도 "그나마 일부 물가상승 요인을 억제한 측면도 있다"고 해명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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