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박은희 기자] 김미영씨(24ㆍ여)는 실업계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06년 대전의 한 룸살롱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먼저 일을 하고 있던 친구 소개로 한 주에 2~3일 출근을 했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돈이 궁했다고 한다. 처음 두 달 정도는 술자리 접대만 했는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어느새 '2차'를 나가게 됐다. 불법 성매매의 늪에 빠져든 것이다. 2차를 나가는 날은 학교에 결석하거나 지각하기 일쑤였다. 하루걸러 하루 꼴로 등교하는 셈이었다. 가까스로 졸업은 했지만 진학은 요원했다.
김씨는 룸살롱 동료와 함께 스무살이던 2007년 '직장'을 옮겼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오피스텔이었다. 브로커들의 소개로 오피스텔에서 손님을 받아 성매매를 하는 일이었다. 격일로 수원 시내의 어느 술집에서 바텐더로 동시에 일했다. 많이 벌 때는 한 달에 1000만원도 넘게 모았지만 워낙 들쭉날쭉해서 착실히 저축을 하기는 어려웠다. 룸살롱에서 일할 때 고리대에 얽혀들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오피스텔 일을 접고 바텐더 일만 하며 지내던 2009년,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 위해 경기도 안산의 한 제조업체에서 경리직 면접을 봤는데, 면접관인 사장이 오피스텔에서 일할 때 받았던 손님이었다. 사장은 눈도 한 번 마주치지 않고 서너가지 질문을 던지더니 "잘 들었다"면서 김씨를 내보냈다. 김씨가 '나는 사회에 진입을 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한 것은 이 때부터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커피숍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김씨는 지난해 수도권의 한 자활센터에 들어가 힘겹게 '인생 2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양장 재단과 수선 일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자활센터 관계자는 "성매매에 몸담았던 여성들은 자신이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사실을 의외로 잘 인지하지 못한다"면서 "그만큼 구조적이고 빠져들기 쉬운 모순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얘기"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런 사실을 깨닫고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이들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고 김씨도 한 번 자살을 시도했다"면서 "눈에 보이는 성매매 업소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전했다.
성매매의 상징이던 '집창촌'은 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정비 덕에 조금씩 사라지고 있지만 김씨가 몸담았던 룸살롱ㆍ오피스텔ㆍ키스방ㆍ유리방 등 비밀스러운 성매매의 씨앗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전체 성매매 건수는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는 통계로 입증된다. 성매매 특별법 제정 7주년인 23일 여성가족부와 경찰에 따르면, 집창촌이 아닌 이른바 '변종 성매매' 업소 단속 건수는 지난해 30건ㆍ103명에서 올해 8월 현재 382건ㆍ637명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여기에 비교하면 집창촌 종업원 수 감소세는 초라하다. 집창촌 종업원 수는 2008년 2282명에서 2009년 1867명으로, 지난해에는 1669명으로 줄어 들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성매매라고 했을 때 집창촌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이 줄었겠지만 여전히 음성적인 통로로 불법 성매매가 자행되고 있다"면서 "변종 성매매 단속 건수가 늘었다는 것은 '단속을 잘 했다'는 차원을 넘어 그만큼 사례가 많았다는 얘기"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앞으로는 이런 점에 착안해서 성매매 단속의 개념이나 접근 방식도 더욱 촘촘해져야 한다"면서 "관계기관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대책을 수립ㆍ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성가족부(장관 김금래)는 '성매매 방지 정책에 대한 범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캠페인'을 오는 24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서울 청계광장에서 개최한다. 이날 행사에서는 탈성매매 여성들의 자활작품 전시 및 판매가 이뤄지고 성매매 정책 관련 전문가들의 홍보활동이 진행된다.
김효진 기자 hjn2529@
박은희 기자 lomoreal@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