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올 상반기 '공채 100기'를 뽑아 화제를 모은 동아제약이 하반기에는 신입사원을 채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동아제약뿐 아니라 제약회사 대부분이 하반기 신규 채용을 꺼리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사상 최대 약가인하 정책 때문이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사업전망이 불투명한 제약회사들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포기하거나 인원을 대폭 줄여 잡았다. 제약사들은 통상 상ㆍ하반기 2번에 걸쳐 신입공채를 시행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올 상반기부터 나타났다. 취업포털 스카우트에 따르면 상위 제약사 5곳의 올 상반기 채용 인원은 26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감소했다.
스카우트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 3월 단행할 일괄 약가인하와 맞물려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제약사들이 인력 구조조정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 제약업종 채용인원은 상반기에 비해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약회사의 하반기 채용은 10월부터 진행되는데 현재 대부분 업체들이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거나 취소한 상태다.
상ㆍ하반기 각 80명 수준으로 신입사원을 뽑던 업계 1위 동아제약은 채용 계획이 미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업계 분위기로 볼 때 신규 채용은 아직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동아제약 공채 기수는 올 상반기 100기 돌파 후 한 동안 멈춰서게 됐다.
해마다 200명 이상 신입사원을 뽑아온 한미약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보통 10월쯤 채용을 하려면 이미 각 부서별로 필요한 인원(TO)을 조사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움직임이 없다"며 "채용 시기가 늦어지거나 아니면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 같다"고 내다봤다. 상반기 50여명을 채용했던 녹십자도 "올 하반기 채용 계획이 있긴 하지만 아직 인원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불확실한 전망에 대응해 채용 방식을 정기공채에서 수시채용으로 바꾼 회사도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인턴제와 수시채용으로 신입사원을 뽑고 있는데, 하반기에도 큰 변동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약가인하가 채용감소로 직결되는 것은 '영업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제약사 신입직원의 80%는 영업사원인데, 약가인하로 영업활동이 위축되면 방대한 기존 영업조직을 유지하는 데도 부담이 생긴다.
한편 신입채용뿐 아니라 근무중인 직원들의 일자리도 흔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가시안이 나온 것은 없지만, 최소한 임직원의 임금 동결은 하지 않을까 한다"고 예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모 제약사에서 인력을 30% 줄인다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며 "최근 정부의 규제로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데다 인건비와 광고비 등 높은 판매관리비가 자주 거론되고 있는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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