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 좋다> ‘런닝맨’ SBS 일 오후 5시 10분
최근의 ‘런닝맨’에서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방영 초반에는 게임과 레이스를 ‘한다’는 행위 자체에만 치중했기에, 게스트에 따라 재미의 편차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후, 방울을 이용해 ‘레이스에서의 긴장감’에 중점을 두면서 일정 수준의 흥미를 유지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왜 ‘걷지 말고 뛰어’야 하는지 까지 충분히 납득시켰다. 현재 ‘런닝맨’은 여기서 더 나아가 긴장감을 코너 전반으로 확장시키며 매번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내고, 이는 게스트와 상황에 따라 게임의 룰을 약간씩 변주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힙합 특집’이었던 어제 방송은 ‘런닝맨’의 빈틈없는 설계가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준 한 회였다. 우선, 각 팀별로 심어놓은 스파이들 덕분에 예능에 익숙하지 않은 힙합 뮤지션들이 따로 떨어져 있어도 이들과 맞닥뜨리며 재미있는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또한 총 3단계로 이루어진 게임을 통해 스파이들이 ‘엑스맨’처럼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린 한편, 팀별 등수에 따라 이름표, 장갑, 통신 장비 등의 도구를 다르게 부여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레 레이스와의 연결 지점을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인 건 스파이 선정이었다. 능글맞고 영리하지만 김종국을 무서워하는 하하, 에이스이자 개리와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송지효, 윤미래의 남편인 타이거JK를 선택함으로써 레이스의 긴장감과 캐릭터들의 관계에서 오는 서사를 동시에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결론적으로 게스트와 스파이, 레이스 아이템이라는 각 변수들이 낭비되지 않고 서로 촘촘하게 겹치며 긴장감을 극대화한 셈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대, ‘런닝맨’은 고전적 포맷의 한 단계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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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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