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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 “내가 희대의 살인마 역할을 한다고 좋아할 것 같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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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 “내가 희대의 살인마 역할을 한다고 좋아할 것 같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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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달호>의 봉달호는 트로트 부르는 견우고, <과속스캔들>의 남현수는 할아버지가 된 견우고, 이번 <챔프>의 승호는 말 타는 견우예요. 내가 생각해도 그래요. (웃음)” 얼마 전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차태현 스스로 인정했다. 영화 속 모든 차태현은 <엽기적인 그녀>의 견우로 통하는 것 같다고. 농담과 진담, 겸손과 자기비하 사이를 오가는 애매모호한 발언이었지만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착하고 해맑은 성격에 가끔씩 짓궂은 장난을 치던 남자친구 견우, 그 이후 차태현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과한 슬랩스틱 코미디 없이 늘 밝고 유쾌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서 차태현표 코미디는 부담스럽지 않다. 그렇게 가볍고 편안한 발걸음으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하나의 길 위에서 매번 다른 발자국을 찍기란 쉽지 않다. “나 혼자 돋보이는 걸 관객들이 질려하실까 봐 내가 확 드러나지 않는” <과속 스캔들>을 선택했고 “캐릭터보다 반전이 돋보이는” <헬로우 고스트>에 출연했다. 그리고 개봉을 앞둔 <챔프>에서는 웃음기를 싹 지운 기수 승호 역으로 출연했다. 스포츠와 아기, 동물까지 힘들다는 3대 요소를 모두 갖춘 영화에서 차태현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특기를 내려놓고 말에 올라타 쉬지 않고 달렸다. 그래서 시신경을 잃고도 고삐를 놓지 못하는 영화 속 승호는 배우 차태현과 가장 닮은 캐릭터인지도 모르겠다.

<#10LOGO#> 얼마 전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에서 ‘차희빈’의 활약이 대단했다.
차태현: 내 인생이 드라마틱하진 않으니까 토크쇼에 출연하면 할 얘기가 많지 않다. <힐링캠프> 같은 경우는 다행히 <복면달호>를 제작하신 이경규 씨가 계신데, 영화 개봉했을 때도 어디에 동반 출연한 적이 없으니까 둘이서 영화 얘기를 같이 하면 괜찮겠다 싶어서 출연했다. 반면 MBC <무한도전>이나 ‘런닝맨’은 내 얘기 없이 프로그램에만 충실하면 되니까 편하다. 그냥 뛰면 된다. (웃음)


“말과 아이와 상관없이 내 연기를 보여주는 게 관건”


차태현 “내가 희대의 살인마 역할을 한다고 좋아할 것 같진 않다”

<#10LOGO#> <챔프>는 차태현표 코미디를 내세울 수 있는 영화도 아니고, 다리 다친 말과 눈을 다친 기수의 도전이라는 스토리 역시 어떻게 보면 엔딩이 빤히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택한 건 어떤 이유에서였나.
차태현: 일단 책(대본)이 잘 넘어갔고, 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비슷한 역할들이 많이 들어오는데 조금씩이라도 뭔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사람들이 질려 한다. 기수 역할도 처음이고, 경주 신이 많이 나오니까 스펙터클할 것 같다는 게 나에겐 재미있게 다가왔다. 물론 상업영화의 공식을 제대로 딱딱 맞춘 영화다 보니 그걸 얼마나 튀지 않게 잘 연기하느냐가 중요한 숙제였다. 근데 막상 결정해놓고 보니까 내가 말을 전혀 못 타는 거다. (웃음)


<#10LOGO#> 하지만 영화에서는 일명 ‘몽키 자세’까지 능숙하게 해냈는데 승마를 어떻게 배웠나.
차태현: 두 달 정도 빡세게 배우고 촬영하는 7~8개월 내내 탔으니까 총 10개월 배웠다. 아무리 배워도 안 느니까 중간에 포기해야 되나 생각도 많이 했는데, 정말 시간과 노력의 힘이었다. 나도 그런 자세로 탈 수 있을 거라 생각도 못했고, 감독님도 지금까지 그렇게 탄 사람이 없다고 별 기대를 안 하셨는데 타다 보니까 어느 순간 딱 되더라. 솔직히 말하면 탔다기보다는 안 죽으려고 버틴 거다. 진짜 마음먹고 타려고 했으면 더 빨리 달려야 하는데 이건 그냥 얼굴만 웃고 있고 매달려 있는 거다. (웃음) 난 진짜 죽을 뻔했는데, 교관님은 너무 좋아하면서 나한테 하이파이브 하시고. 그 분이 <각설탕>과 <그랑프리> 때도 트레이닝을 해주셨는데 여태껏 못했던 걸 내가 해 내니까 더 기쁘셨던 거다. 그걸 했다는 게 어마어마한 일이더라.


<#10LOGO#> 그렇게 고생해서 완성된 영화를 보니 어떻던가.
차태현:
편집본을 보는데 중간 중간 감동적인 장면보다 내가 말 타는 장면이 나오면 그렇게 벅차고 슬플 수가 없었다. 이미 영화를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는 상태였다.


<#10LOGO#> 승마도 승마지만, 우박이(말)와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거나 아역배우 김수정 양과 부녀 연기를 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동물과 아기는 쉽게 컨트롤할 수 없는 존재인데, 함께 연기하기는 어땠나.
차태현: 어우, 연기하는 건 더 미칠 노릇이지. 벽 보고 얘기하는 것과 똑같다. 기다리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말이 어떻게 리액션 하느냐에 따라 촬영을 다시 해야 되는 게 힘들었다. 우박이 컨트롤한다고 카메라 뒤에서 스태프들이 별 짓을 다 하는데 난 그 앞에서 감정 연기를 해야 된다. 물론 수정이는 연기 경험이 있는 친구지만, 아이 컨디션에 따라 모든 게 다 바뀌는 건 마찬가지다. 동물 나오지, 애 나오지, 소재는 스포츠지, 세 가지를 다 섞어놓으니까 이건 정말 하루하루가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내가 여기서 화를 내면 이 영화를 절대 끝낼 수가 없다. 다 참고, 감당하고, 말과 아이와 상관없이 내 연기를 보여주는 게 관건이었다.


<#10LOGO#> 이렇게 힘들게 찍었다는 걸 관객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다른 어떤 작품보다 크겠다.
차태현: 너무 크지. 다른 건 몰라도 이 영화는 정말 안 망하면 좋겠다. (웃음) 정말 힘들었다. 물론 다음에 더 어려운 작품이 들어올 수도 있겠지만, 이젠 뭘 못하겠냐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힘들어봐야 이것보다 더 힘들겠어? (웃음)


<#10LOGO#>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사람들이 질려 한다는 얘기를 했는데, 지금 이 시점에서 관객들이 차태현에게 기대하는 모습은 어떤 거라고 생각했나.
차태현:
희대의 살인마 역할을 좋아할 것 같진 않다. 어느 순간 내 영화를 보고 한 번도 웃음이 안 나오면 관객들이 ‘뭐야, 차태현 영화 웃길 줄 알았는데’ 하면서 나한테 배신감을 느끼는 것 같더라. 변신도 중요하지만, 배우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장점도 무시 못 하는 것 같다. 내 욕심대로 한꺼번에 확 바뀌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진 않고, 지금처럼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힘들 것 같다.


“<챔프>처럼 밝은 영화로 상을 받으면 좋겠다”


차태현 “내가 희대의 살인마 역할을 한다고 좋아할 것 같진 않다”

<#10LOGO#> 그래서 언제부턴가 차태현표 코미디를 계속 유지하면서도 원톱으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우가 줄어든 것 같은데, 그것도 일종의 변화로 볼 수 있을까.
차태현:
<복면달호>를 비롯해 예전에 출연한 코미디 영화는 완전히 나 혼자 드러나는 영화였는데, <과속 스캔들>은 코미디지만 내가 드러나진 않는다. 그런 부분이 관객들한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관객들이 어느 시점에 배우를 지쳐 한다는 사실은 배우 자신이 가장 잘 안다. 단적으로 관객 수가 보여주지 않나. (웃음) 그래서 <과속 스캔들> 같은 경우는 코미디 담당은 거의 (왕)석현이가 하고 난 그 옆에서 펌프질만 해줬다. 물론 <헬로우 고스트>는 내가 1인 다역을 하면서 돋보일 수밖에 없는 역할이었지만, 이 작품은 그것보다 마지막 반전이 더 큰 영화였다. 그런 모습 때문에 <황해>를 비롯한 대작이 많았던 시기에 300만 명이라는 관객 수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무리 시기가 안 좋다는 핑계를 대도 영화가 좋으면 흥행도 잘 되는 법이다.


<#10LOGO#> 방금 말한 것처럼 한국 영화계에 점점 대작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에 맞춰 관객들의 기대치가 높아지는 상황이라 작품의 전체적인 스케일을 놓고 고민할 때도 많겠다.
차태현:
요즘 가장 많이 느끼는 게 있다. 이제 영화는 뭔가 하나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나도 돈을 주고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 노멀하게 끝나는 영화는 확실히 안 보게 되더라. 그런 건 TV에서도 쉽게 볼 수 있으니까.


<#10LOGO#> 고생길이 훤히 보이는 <챔프>를 선택한 것도 그래서였나.
차태현:
<헬로우 고스트>처럼 오로지 이야기로 승부하는 영화가 아니라면, <챔프>처럼 코미디도 있어야 하고 손에 땀을 쥘 정도의 경주 신도 있어야 한다. 그러니 <챔프>를 할 수밖에 없었다. 차기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조선판 ‘오션스 일레븐’이라고 해서 조선시대 도둑들을 주인공으로 한 액션 사극영화인데, 이런 작품도 이제 할 수밖에 없고 해야 되는 게 맞다. 물론 이렇게 돈 많이 들어가는 영화는 해 본적이 없어서 부담은 된다. 나 혼자 짊어지면 너무 힘드니까 이렇게 사람 많이 나오는 영화를 선택했다. 내 목표는 항상 본전이거든. (웃음)


<#10LOGO#> 10년 넘게 코미디라는 하나의 장르를 파고들었고 그 안에서 작지만 꾸준히 변화를 꾀했는데, 아쉽게도 상복이 없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차태현: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 <헬로우 고스트>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작품 열 개 넘게 하면서 후보에 오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아니, 후보에까지 안 올린 건 또 뭐야. (웃음) 코미디 영화가 너무 평가절하된 게 속상하다. 꼭 스릴러나 멜로 연기를 해야 연기를 잘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다 똑같다. 그런 연기를 하는 게 힘들긴 힘든가보다. (웃음)


<#10LOGO#> 하지만 사람을 웃게 하는 코미디 연기도 결코 쉽진 않다.
차태현:
쉽진 않은데, 멜로나 스릴러는 외모나 재능이 좀 타고나야 할 것 같긴 하다. 그래서 내가 묻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오기가 생겨서 코미디 영화로 꼭 상을 받고 싶었는데, 이젠 코미디 영화까진 아니더라도 <챔프>처럼 밝은 영화로 상을 받으면 좋겠다.


<#10LOGO#> 물론 상을 받으려고 연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결과가 매년 반복되면 내가 이 길을 계속 가는 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 않나.
차태현:
그래서 <헬로우 고스트>까지 남우주연상 후보에 안 올랐으면 되게 속상했을 것 같다. 그럼 난 뭘 해야 되나. 그렇다고 심사위원들 눈높이에 맞추고 싶진 않다. 나한테 ‘너 남우주연상 탈래? 영화 잘 될래?’라고 물으면 난 당연히 후자를 택한다. 오히려 관객들한테 인정받는 게 낫다. 2009년 초에 맥스무비에서 <과속 스캔들>로 최고의 남자배우상을 받았다. 정말 순수하게 관객들이 주는 상이라 배우들 사이에서도 인정하는 상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굉장히 뿌듯했다.


<#10LOGO#> 그래서 코미디 영화를 놓을 수 없는 건가.
차태현:
내가 제일 잘 하는 부분이자 관객들이 원하는 부분이 바로 코미디다. 결혼하고 나서 느낀 건, 사람들이 기왕이면 영화관을 기쁘게 나가면 좋겠다는 거다. 정말 잘 만들었지만 괜히 씁쓸하고 답답한 기분이 드는 영화가 있다. 괜히 내가 누굴 죽인 것 같고. (웃음) 그런 게 배우로서는 멋있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별로인 것 같다. 아직까지 그 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데, 그래도 기왕이면 사람들이 재밌고 밝은 기분으로 영화를 보면 좋겠다. 그래서 가장 큰 목표는 두 시간 동안 미친 듯이 웃고만 나올 수 있는 영화를 찍는 거다.


사진제공: 영화사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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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가온 thirteen@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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