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시장에 불안한 시선
[아시아경제 이솔 기자]국내 주식형 펀드로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지만 투신권은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외부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증시를 본격적으로 끌어 올릴 모멘텀도 없다는 게 투신권이 주식 매수를 망설이는 이유다.
30일 금융투자협회와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주식형 편드로 들어온 자금은 2조3770억원(EFT 제외)에 달한다. 반면 이달 들어 투신권이 코스피 및 코스닥 시장에서 매수한 금액은 1조101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 95.2%였던 자산운용사들의 주식 편입비율(인덱스펀드는 제외)은 지난 25일 현재 91.9%까지 떨어졌다. 주식 편입 비중이 줄면서 그만큼 현금 보유 비중은 늘어난 셈이다.
순자산 총액 300억원 이상의 운용사 가운데 주식 비중을 가장 많이 줄인 회사는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으로 7월말 95.9%에 달했던 주식 비중을 88.2%까지 줄였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8월말 주식비중도 89%, 87.3%로 지난달 말에 비해 각각 7%포인트, 6.3%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최근 주가 하락은 외부 요인 때문이었고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는 단시일 내에 해소되기 어렵다”며 “성장주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경우 싸다고 주식을 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오늘 보다 내일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환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잭슨홀 연설 전후로 기관 매수세가 유입되며 코스피가 사흘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투신권의 시각은 여전히 신중하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장은 바닥을 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하지만 지수가 공격적으로 올라갈만한 모멘텀도 없다”고 전했다. 그는 “버냉키 의장의 연례연설 이후에도 특별히 긍정적으로 해석할 만한 부분은 없다”며 “미국이 추가 부양책을 쓸 만큼 나쁜 상황이 아니라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아 지수가 올라갔다는 얘기는 그만큼 시중에 돈이 많다는 뜻” 이라고 덧붙였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9일 투신권의 매수는 연기금의 자금집행일 가능성이 높다”며 “투신과 보험사도 매수에 가담했지만 시장에 대한 시각이 변했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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