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금 55% 지경부, 45%는 방통위…정작 통신업체 지원은 미미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KT와 SK텔레콤이 벌이고 있는 주파수 경매에서 1.8기가헤르츠(㎓) 주파수 가격이 1조원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며 경매금의 사용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통 3사가 출혈경쟁까지 벌이며 치러야 하는 경매 대금의 대부분이 통신 사업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곳에 쓰이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24일 800MHz, 1.8GHz 이동통신용 주파수 경매 결과 1.8GHz 주파수 경매에 KT와 SKT가 참여해 최고 입찰가 809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이어진 경매 추세대로라면 25일에는 9천억원대 26일에는 1조원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오는 29일에는 1조원 마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경쟁가격인 4455억원 대비 3638억원이 상승했다.
경매가격이 계속 상승하면서 경매 대금의 사용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파수를 낙찰받은 통신사업자는 낙찰금액의 4분의 1을 첫 해에 내고 다음 연도부터 10년간 나머지 금액을 균등 배분해 납부하고 있다.
경매 대금 중 55%는 지경부의 '정보통신진흥기금'으로, 45%는 방통위 몫의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사용된다. 원래 주파수 할당 대가는 과거 정보통신부가 모두 운용했지만 정통부 해체 이후 기금의 운용 주체가 지식경제부로 바뀌며 지금처럼 주파수 할당 비용을 나누게 된 것이다.
1.8GHz 주파수 가격이 1조원 정도에서 낙찰된다고 가정할때 이미 LG유플러스에게 낙찰된 2.1GHz 주파수 가격인 4455억원과 아직 경매 입찰자가 없는 800MHz 주파수 가격인 2610억원을 더하면 약 1조7000억원 정도의 주파수 경매 대금이 발생한다.
이중 올해 이통 3사가 납부해야 할 돈은 총 경매 금액의 4분의 1인 4200억원 정도다. 이 경매 낙찰금의 55%인 2300억은 지경부로, 나머지 1900억원은 방통위로 귀속된다.
지경부의 정보통신진흥기금은 주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단말기 업체의 연구개발 비용으로 사용된다. 반도체, LCD, 하드웨어 개발을 위한 신 기술 개발에 활용되는 셈이다. 이통 3사가 영위하고 있는 통신 분야 사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방통위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은 공공목적의 방송 지원, 방송프로그램 제작 지원, 방송의 디지털 전환 지원, 방송통신 연구개발 사업 지원 등을 한다. 기금의 상당수가 방송 업계 발전에 사용된다. 통신 관련 연구개발에도 사용되지만 비중이 작다.
결국 이통사들이 출혈 경쟁까지 벌여가며 내는 경매 대금의 대다수가 통신 분야 사업과는 거리가 먼 곳에 쓰이는 셈이다. 통신 업체들도 이런 상황이 달가울리 없다.
통신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정보통신진흥기금은 물론, 방송통신발전기금 역시 통신 분야 사업을 위해 사용되는 돈이 극히 적다 보니 통신 서비스 이용자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적을 수 밖에 없다"면서 "재주는 통신사들이 넘고 돈은 엉뚱한 데서 챙기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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