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특허전쟁 공방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삼성과 애플의 특허 관련 법정 공방. 세계적인 두 기업이지만 이들의 법정 다툼은 지지부진했다. 재판부가 나서서 적극적인 소송 진행을 독려하고 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강영수 부장판사)는 삼성이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금지 등 청구소송의 변론준비기일을 계속했다.

지난달 1일 열린 첫 변론준비기일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삼성전자와 애플 양측 대리인은 각 특허에 대한 침해사실과 무효주장을 놓고 팽팽히 맞섰다.

첫 포문은 삼성이 열었다. 앞서 열린 기일에서 애플측이 "삼성이 주장하는 피침해 특허가 표준의 어느 부분에 해당하는지 명확히 특정하지 않으면 답할 수 없다"고 대응한데 대해, 삼성전자 대리인은 자사 제품에 해당 기술이 구현되고 있는지 확인하면 될 뿐인데 소송이 제기된지 4개월이 넘도록 과도하게 시간이 걸린다"며 "인텔 자회사인 인피니언 등과의 협조가 어렵진 않을 것"이라고 몰아부쳤다.

이에 대해 애플 대리인은 "인텔측과 협의를 통해 관련 자료를 받고 있고, 추가로 자료를 받을 일정도 구체화되고 있다"면서도 "제3자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부분이 포함된 사안일뿐더러, 과연 응답할 의무가 있는지 의문이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삼성측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기술을 구현한 칩부품을 애플에 제공하는 인텔 인피니언측이 "삼성의 특허에 대해 실시권이 있다"고 올해 6월 9일, 6월 19일 등 수차례에 걸쳐 서면응답해온 사안을 두고 양측은 해석을 달리했다.

삼성전자측은 "실시권에 대한 라이센스 계약은 2009년 이미 소멸했다. 올해 인피니언을 흡수합병한 인텔측이 소급해서 라이센스를 주장하는 것은 오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애플측은 "삼성과 인텔 사이 해당 라이센스가 유효한지 삼성측에 누차 확인을 구했음에도 응답하지 않았다"면서 "적법하게 실시권을 갖고있는 칩을 제공받은 경우라면 이 사건 청구 자체가 무의미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그러나 쌍방 대리인이 인텔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의 책임을 서로 떠밀며 논의가 지지부진해지자, 심리를 맡은 강영수 부장판사는 "삼성과 인텔, 애플과 인텔 모두 긴밀한 협조관계가 있어 보인다. 관련된 자료는 각자 요청해서 받으라"고 매듭지었다.

또 "기술표준으로 채택될 때 다른 회사들이 해당 특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협의할 의무가 있다"는 일명 프랜드(FRANDㆍFair, Reasonable, Non-Discriminatory)조건에 대하여 삼성이 타기업과 체결한 영문계약서의 해석을 두고 논란이 일자 재판부는 "영어시간이 아니다"고 제지한 뒤, "법정에서 '의도적 오역'운운하지 말고 해당 문언이 계약서의 전형적인 양식인지 등을 고려해 공정하게 해석하라"고 당부했다.

한편, 심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대상 특허를 청구된 순서대로 심리하기로 정한 가운데 다음 재판은 양측이 각 특허에 대한 침해여부와 무효주장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뒤 다음달 7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