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하나의 유령이 한나라당을 배회하고 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율 33.3%라는 유령이"
무상급식 문제가 한나라당을 뒤흔들고 있다. 오는 24일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닷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오세훈 정국'이 조성된 것. 특히 투표율이 개표에 필요한 33.3%에 미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한나라당의 처지는 다급해졌다.
우선 야권이 강력한 투표불참 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투표율이 33.3%를 넘어서면 오 시장과 한나라당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된다. 문제는 투표율 33.3%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서울시 유권자 836만여명 중 3분의 1 이상인 278만여명이 투표에 참여해야 하지만 오 시장은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이보다 적은 208만여표를 얻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이번 투표는 정책선거"라며 "먹고 살기도 힘든데 내 주머니에서 돈 나가는 일에 얼마나 많은 서울시민들이 투표에 나설 지 의문"이라고 답답해왔다.
여권은 투표율 제고를 위해 총력전에 돌입했다. 다음주 해외순방에 나서는 이명박 대통령은 18일 부재자투표에 참여했다. 오 시장도 직접 거리에 나서 주민투표를 홍보했고 홍준표 대표는 민주당의 투표불참 운동을 연일 맹비난했다. 이종구 서울시당위원장은 투표율이 낮을 경우 내년 총선 공천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당협위원장들에게 경고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투표율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면서 한나라당은 자중지란의 상황에 빠져들었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전투가 한창인데도 후방에서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인다"며 친박계와 소장파를 공개 비판했다. 이에 친박계인 유승민 최고위원은 "친환경 무상급식을 이미 하고 있는 김문수 경기지사는 민주당 도지사인가"라며 "오시장이 혼자 결정한 문제에 당이 왜 깊은 수렁에 빠져야 하느냐"고 반발했다. 입장 표명을 요구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7월 무상급식과 관련, "지방자치단체마다 사정과 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야 한다"며 언급한 이후 침묵하고 있다. 서울시의 재정자립도가 전국 1위라는 점과 박 전 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서 초등학생 무상급식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 입장을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나라당의 더 큰 고민은 오 시장의 거취다. 오 시장이 투표율 제고를 위해 24일 주민투표 직전 시장직을 연계시키는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기 때문. 오 시장은 지난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택한 적이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오 시장이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에서 패할 경우 10월 재보선이나 내년 4월 총선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다"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 매우 불리한 정치지형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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