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지난주 중반 한때 1050원 아래로 급락했다가 주말에 1054.5원까지 반등했지만 하락세가 완연하다. 주말의 반등은 미국 정계의 정부부채 상한 인상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소식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봐야 할 것이다.
마침 노무라증권은 원ㆍ달러 환율이 올 3분기 1040원, 4분기 1020원, 내년 1분기 1000원, 2분기 990원, 3분기 975원 등으로 급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노무라증권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국내외 금융기관과 경제연구소가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확히 언제일지는 몰라도 앞으로 환율이 1000원선을 하향 돌파해 세 자릿수로 내려앉으리라는 것이 일반적 전망인 것이다.
이번 환율 하락은 달러화 가치 하락이라는 당분간 불가피한 대외요인을 기본적인 배경으로 하여 진행되는 것이다. 그런 만큼 그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지해야 할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용인하고 적응해야 할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환율 하락이 하드 랜딩이 아닌 소프트 랜딩이 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달러화 표시 자산의 리스크 증대가 초래하는 상대적 안전자산 추구 움직임의 여파로 국제 채권투자 자금의 국내 유입이 급증하는 것에 대한 외환ㆍ금융당국의 면밀한 감시와 유사시 긴밀한 대응이 요구된다.
대기업은 이미 환율 하락세의 장기화를 예상하고 그에 따라 사업계획을 조정하고 환헤지를 해놓았을 것이다. 따라서 대기업은 환율 하락이 예상보다 가팔라질 위험에만 추가로 유의하면 될 것이며 이에 대해 외환ㆍ금융당국도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하리라고 본다. 그러나 환율 하락에 취약한 중소 수출기업은 이미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율 하락으로 인해 수출 중소기업 중 70%가 '수출이익 감소'를 겪고 있고 12%는 '적자수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환율 하락에 취약한 부분에 대한 정책대응을 강화하는 일에 정부당국이 소홀해서는 안 된다. 이런 정책대응을 전제하고 말한다면 수출은 호조세지만 물가불안은 가중되는 지금의 경제상황에서는 수출 부문의 비가격 경쟁력 강화와 물가 안정화에 도움이 되게끔 환율 하락을 역이용할 수도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