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변화 위해 친서민 정당 구축해야..민심 거스르면 재집권 놓쳐"
[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정두언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20일 현 정부의 민심이반이 참여정부 말기처럼 심각하다며 대대적인 쇄신과 변화를 촉구했다. 정 전 최고위원은 MB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이지만 최근 추가감세 철회, 재벌개혁, 인사정책, 비정규직 문제 등의 분야에서 소장쇄신파의 목소리를 대표해 고언을 쏟아내는 등 당 안팎에서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고 있다.
◆"이대로는 총선 완패..과반 실패시 대선은 하나마나"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장을 맡은 정 전 최고위원은 이날 MBC, SBS, CBS 등 3개 라디오방송에 출연, "민심이 노무현 말기랑 똑같다. 이대로 가다가는 총선에서 완패한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특히 "지난 지방선거 때 완패했다. 그 후로 득점을 한 기억은 없고 실점을 한 기억밖에 없다"며 "총선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를 하면 대선은 하나마나 한 거다. 이렇다 하더라도 결국 반쪽짜리 정부가 된다"고 우려했다. 기대를 모았던 홍준표 대표의 초반 행보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정 전 최고위원은 법무장관 및 검찰총장 인사와 관련, "민심에 잘 안 맞는 인사가 청와대로부터 나왔는데 홍 대표가 부정적 의견을 대변하지 않아 일이 꼬여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전 최고위원은 한상대 검찰총장 내정자의 병역면제와 관련, "군대 안간 부잣집 아들은 대부분 디스크"라고 비꼬았을 정도다.
정 전 최고위원은 당의 변화를 위해 친서민 정당으로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재벌개혁, 비정규직 대책 등 이런 문제들을 정기국회 때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청와대의 입장 변화도 촉구했다. 그는 "청와대는 레임덕 방지를 중시하지만 불가피하다. 예수님이나 부처님도 대통령 단임제로는 레임덕이 불가피하다"며 "그것을 막기 위해서 민심을 거스르는 일들이 나오면 결국 재집권을 놓친다. 그건 소탐대실"이라고 비판했다.
◆여연, 뉴비전 보고서 공개..성장에서 분배로 좌클릭 공식화
정 전 최고위원을 신임 소장으로 맞이한 여의도연구소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나라당 뉴비전' 공청회를 개최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 대비해 여연 산하 비전위원회(위원장 나성린)가 '뉴비전 보고서'를 공개하고 당원과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 위원회는 당의 정체성과 비전 및 그에 따른 정책방향의 재정립을 위해 소속 의원들이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간 100명 가량의 외부전문가와 9개 분과별로 100여 차례의 내부 토론회를 진행했다.
핵심은 성장에서 분배로의 방향 전환이다. 기존 보수적인 당의 이념으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고민을 담고 있는 것. 4.2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감세철회, 반값등록금 논의과정에서 불거졌던 포퓰리즘 논란을 차단하고 정책노선의 좌클릭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 전 최고위원도 이와 관련, "지금 우리가 신한국당 시절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면 우습다. 사회변화에 당이 맞춘 것"이라며 "현실에 맞게 반영됐다. 한나라당이 가야할 좌표를 잘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모든 국민이 더불어 행복한 선진복지국가'를 당의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특히 무상보육·비정규직 대책 등 중도좌파의 정책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것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복지확충을 위해 조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는 MB노믹스의 핵심이던 감세정책을 사실상 폐기한 것이다.
나 위원장은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근거한 합리적 보수노선을 견지했지만 최근 정치지형의 급격한 변화로 중도로의 외연 확대 중요성이 커졌다"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지 않는 중도좌파까지 포용할 수 있는 노선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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