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요리사가 자신의 브랜드만을 빌려주는 식당과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 있다. 에드워드 권에게 있어 QTV <에드워드 권의 예스셰프 시즌 2>(이하 <예스셰프 2>)는 말하자면 후자에 가깝다.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경양식집 주방 아르바이트생에서 버즈 알 아랍의 수석총괄주방장까지 이른 이 입지전적 요리사는 자신이 경험했던 치열한 주방의 경쟁 논리를 그대로 <예스셰프 2>에 적용한다. 이제는 시그니처가 된 ‘당신은, 자격이 없습니다’라는 차가운 탈락 멘트와 함께. 공중파와 케이블 서바이벌 쇼를 통틀어 아마 가장 냉혹할, 꿈과 희망보다는 현실의 축소판에 가까운 이 쇼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 쇼를 통해 에드워드 권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다음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가치관을 직접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에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않는 건, 독자의 몫이다.
<#10LOGO#> 이번 <예스셰프 2>를 하려고 마음먹었을 때는 시즌 1에 대한 만족감과 아쉬움 중 어떤 게 더 컸나.
에드워드 권 : 시즌 1은 나를 포장한 면이 없지 않다. 아무리 리얼리티 쇼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방송적인 부분을 고려해 더 재밌어 할 것 같은 멘트를 골라서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차분하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 방송을 비교해보면 시즌 1에서는 내가 쫙 말하다가 바로 미션으로 넘어가는데, 이번에는 말을 했다가 잠시 시간을 두고 다시 말하는 게 나온다. 그만큼 생각을 많이 하고 짚고자 하는 걸 짚어주는 게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번 시즌에서는 우승자를 나와 정말 친한 친구의 레스토랑으로 보낸다. 내가 ‘천 명 중에 우려서 나온 에센스 같은 녀석이야’라고 보냈는데 멍 하면 좀 그렇지. 그 친구가 욕은 안 하겠지만 ‘에드워드가 이런 애를...’ 할 거고. 그래서 더 밀어붙이는 게 있다.
“강하지 않으면 쉽게 인정받을 수 없다”
<#10LOGO#> 덕분에 시즌 1보다 냉혹한 이미지로 비춰지고 있다.
에드워드 권 : 어떤 음식 평론가가 ‘당신이 신인가’라며 나를 비판한 걸 봤다. 그 사람은 프로그램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거다. 내가 신이라서 ‘당신은 자격이 없습니다’라고 이름표를 떼는 게 아니다. 떨어진 사람이 셰프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도 아니고. 단지 각 미션에서 다른 도전자에 비해 평가가 낮아서 떨어진 것뿐이다. 우리가 뽑으려는 건 각 미션의 톱이 아니다. 각 미션마다 살아남을 정도의 하한선 이상의 평균 능력을 끝까지 가져갈 사람이지. 물론 셰프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나의 액션이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한다. 하지만 그걸 상처로만 받아들인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그걸 또 다른 성공의 발판으로 삼아야지.
<#10LOGO#> 그래서 주방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주려 하는 것 같다. 가혹한 조언이 필요한 공간으로서.
에드워드 권 : 5회를 보면 날 욕해도 상관없다고 말하지 않나. 내가 원하는 건강한 사람이다. 그렇지 않으면 외국 나가서 살아남기 어렵다. 쉽게 말해 프렌치 요리 하는 게 거의 다 프랑스 사람들인데 한국인이 거기 가서 프렌치 요리하겠다고 하면 어떤 반응이겠나. 뒤집어 생각해보자. 프랑스 사람이 한국에 와서 한식을 한다고 할 때 과연 한국 요리사들이 쉽게 인정해줄까. 프랑스인이 한국에서 30년 동안 살아서 말도 내국인 수준으로 하고 궁중 한식 전문가 타이틀을 땄다고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를 궁중 한식 전문가로 쉽게 받아들일까. 강하지 않으면 쉽게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에 더 독하게 가려는 거다.
<#10LOGO#> 강하다는 기준이 결국 모든 미션을 통과한 밸런스인가.
에드워드 권 : 우리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서바이벌은 일반적 서바이벌과 상당히 다르다. 다른 쇼는 육체적, 정신적, 재능적 부분을 한꺼번에 다 뽑아내진 않는다. <슈퍼스타 K>에서 출연자를 무인도에 떨어뜨려 노래 부르라고 하진 않지 않나. 그런데 우리는 떨어뜨린다. <예스셰프 2>는 인간이 살아가는 원초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 말하고 싶다. 이 상황에서는 이런 모습을, 저 상황에서는 저런 모습을 보여주는. 1회에서 말한 것과 2회에서 말하는 게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나는 그런 상황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어떤 상황에서는 너무 정직하지만, 또 어떨 땐 너무 야비한 사람을. 왜, 그래야 살아남으니까. 때론 비굴해질 수도 있다. 3회 때 이은애 도전자가 ‘살려주세요’라고 눈물을 흘리는데 그걸 살려준 건, 그 상황에서는 나 역시 그랬을 거기 때문이다. 혹자는 자존심도 없느냐고 하는데 그럼 그들은 그 순간에 ‘오케이, 나가겠다’리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이 인간적으로는 멋있어 보일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살려주세요’라고 말한 사람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 현실이 얼마나 냉정하고 무서운지 우리 프로그램이 보여주고 있는 거다.
<#10LOGO#> 이번 시즌에서 개인끼리의 경쟁이 아닌, 팀 미션으로 가는 것도 그 때문인 건가.
에드워드 권 : 시즌 1은 제 2의 에드워드 권을 찾으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철저히 개인적으로 간 거고, 이번 시즌은 글로벌 셰프를 찾는 것이기 때문에 팀과 얼마나 융화될 능력이 있는가를 보는 거다. 아닌 말로 정치를 잘할 수 있는지도 보고. 나는 진짜 지독한 놈, 진짜 약은 놈을 원한다.
<#10LOGO#> 그래서 간극이 생기는 부분이 있다. 사람들은 쇼를 원하며 보니까.
에드워드 권 : 진짜로 쇼를 생각했다면 그 때 이은애 도전자를 떨어뜨리는 게 맞지. 간절하게 비는 사람을 잔인하게 짓밟으면 얼마나 강렬한 반응이 오겠나. 시청률을 생각하면 그게 더 맞을 수도 있다.
<#10LOGO#> 정말 치열한 과정이지만 단 12회의 서바이벌 쇼를 통해 당신이 원하는 만큼 강한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나.
에드워드 권 : 충분히. 단순히 요리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시즌 2에서 찾고 있는 글로벌 셰프는 현재의 셰프가 아닌, 향후 10년, 15년 후 강인한 셰프로 성장할 발전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실제로 아직 방영하지 않은 캘리포니아 미션에서 어떤 도전자는 내가 상상도 못한 음식을 만들어냈다.
“아이디어가 좋아야 요리도 잘한다”
<#10LOGO#> 보고 있으면 단순히 요리가 아니라 뭘 해도 잘할 사람을 뽑는 것 같다.
에드워드 권 : 뭘 해도 살아남을 놈이 어떤 요리와 붙어도, 어떤 셰프와 붙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 멀티 플레이어, 그것도 발전 가능성 있는 멀티 플레이어를 찾아가고 있고, 그런 면에서 마지막 우승자뿐 아니라 현재 살아남은 도전자들은 모두 다 잘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션마다 치고 가는 걸 보면 ‘내가 쟤네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을 때도 있다.
<#10LOGO#> 그 중에서도 요리를 하는데 가장 필요한 재능은 뭔가.
에드워드 권 : 우선은 아이디어가 좋아야 한다. 어떤 물건을 봤을 때 전혀 다른 물건으로 풀어헤칠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 기능을 가르치는 건 누구나 똑같이 가르칠 수 있다. 지금 인터뷰 중인 기자도 붙잡고 6개월 동안 ‘조지면’ 5, 6년 경력을 가진 사람 정도의 테크닉은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뇌는 뜯어고칠 수 없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얼마나 연습을 하고, 똑같은 식재료를 봐도 전혀 다르게 접근하는 능력의 차이점. 가령 콜라를 두고 어떻게 변형시키겠냐고 물을 때 캔디로 만들겠다고 한다 치자. 하지만 탄산수가 다 날아갈 텐데? 그러면 팝핑 캔디로 만들어 톡톡 튀는 청량감을 대신하겠다고 하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그런 걸 키울 수 있는 셰프가 식당에서 치고 나갈 수 있다.
<#10LOGO#> 이런 셰프에 대한 가치관은 결국 스스로 겪으며 만들어간 것인가.
에드워드 권 : 내 스승들이 날 그렇게 가르쳤지.
<#10LOGO#> 그럼 본인은 그 지독한 순간들을 어떻게 견뎌내며 그런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나.
에드워드 권 : 나는 절박했다. 항상 벼랑 끝에 있었기 때문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살아남기 위해 미친 듯 살았을 뿐이다.
<#10LOGO#> 그럼 왜 요리였나.
에드워드 권 : 그 때 내가 선택한 게 요리여서 그랬을 뿐, 어떤 걸 해도 똑같이 절박했을 것이고, 똑같이 남보다 앞서고 싶었을 거다. 만약 내가 자동차 외판원을 했다면 대한민국에서 제일 차를 많이 파는 사람이 되려 했을 거다. 인생 안에서 절박함을 가지고 있으면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스스로 벼랑 끝에 있다고 생각하면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남보다 훨씬 많겠지만 그걸 극복하기 위해 훨씬 많이 공부하고 노력할 거다. 그래야 만족할 수 있는 거다.
<#10LOGO#> 만족을 이야기했는데, 사실 절박함 외에 행복 혹은 만족이 있어야 정점에 오른 후에도 일을 꾸준히 할 수 있지 않나.
에드워드 권 : 요리는 20년 됐는데도 너무 재밌다. 새롭게 만들어내는 게. 가령 내가 운영하는 강남의 에디스 카페는 메뉴를 통째로 7번 바꿨다. 지금 하고 있는 랩24는 6주에 한 번씩 바꾸고. 말이 쉽지, 거의 레스토랑 하나의 메뉴를 통째로 바꾸는 거다. 물론 힘들지만 덕분에 항상 뭔가를 시도하고 만들어낸다. 새로운 시도를 해봤는데 먹어보면 맛있을 때의 희열? 그리고 요리는 다른 예술에 비해 짧은 시간에 반응이 온다. 우선 만드는 것부터 5분 만에 만들 수도 있다. 음악이나 그림을 5분 만에 완성할 수는 없지 않나. 그렇게 만든 요리에 대해 누군가 ‘이건 못 먹겠어’라고 하거나 ‘음식 훌륭하다’고 말하는 게 바로 피드백이 온다. 게다가 이건 보정도 안 된다. 한 번 나가면 끝이지, ‘아, 죄송해요’ 이러면서 다시 가져올 수는 없다. 항상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지. 인간의 가장 간사한 부위를 만족시키는 일이니까. 스릴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셰프는 짜릿한 직업이 될 수 있다.
<#10LOGO#> 도무지 쉬지 않는 타입인 것 같다.
에드워드 권 : 절박함을 즐기는 거지. ‘또라이’라고 할 수도 있고. 그래서 일을 정말 많이 끄집어내서 이거 만들자, 저거 만들자 제의한다. 일 만드는 상사들 싫어하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정말 많이 배웠다는 걸 알게 될 거다. 후배들 뿐 아니라 나 역시 배우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계속 앞서갈 수 있는 거다. 지금 장사 잘 된다고 손 털고 있으면 고꾸라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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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위근우 기자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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