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제주)=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 다음달 4일부터 시작되는 대학 등록금 감사를 앞두고 감사원과 교육과학기술부가 역할 나누기에 들어갔다. 감사원은 전수조사를 불사하겠다며 대학등록금 전반에 대한 강도높은 조사를 예고한 반면 주무 부서인 교과부는 구체적인 감사방향을 알려주는 등 놀란 대학들을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29일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전국대학교 기획처장협의회에 참석해 기조강연에 나선 김창경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은 강연 직후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감사대상 대학이 20곳을 넘어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감사원과 실무협의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이번 감사가 대학의 연구비 사용 내역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들여다보는 형식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비를 포함한 세세한 지출내역까지 감사받는 것 아니냐는 대학들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것이었다.
김 차관은 또 "대학들의 건축적립금과 기타적립금의 규모가 지나치게 커 등록금을 받아서 건물을 짓고 있다는 국민들의 시선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건물의 감가삼각비를 제외한 부분은 적립할 수 없도록 한 부분이 이번 감사에서도 중요한 착안 사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들의 적립금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지만 이번 감사를 통해서 정당한 방법으로 적립이 이루어졌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대학 법인의 법정부담금 역시 중요한 감사 대상이다. 김 차관은 "우리나라의 경우 법인들의 재원 자체가 부담금의 전체 규모보다 작기 때문에 등록금회계에서 법정부담금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적립금을 쌓아두고 여력이 있는데도 법인이 부담금 납입을 소홀히 하는 사례는 없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직원 연금부담금, 건강보험부담금, 재해보상부담금 등의 법정 부담금을 제대로 납부하고 있는 사립대 법인은 현재 20%선에 그치고 있다. 이어 김 차관은 국립대의 주요한 등록금 인상요인으로 꼽히는 기성회비 역시 감사를 통해 사용의 적절성 등을 중점적으로 살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김 차관은 앞으로 대학 역량 강화사업 평가 항목에서 등록금과 관련된 지표를 크게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등록금 인상율, 장학금 지급율 등의 지표가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사업의 중요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협의회에 참석한 서울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많은 대학들이 이번 감사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감사원이 사립대학에 대해 얼마만큼의 감사권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감사원은 정부보조금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감사권을 가지고 있으며 사립대학에 대한 감사는 교과부와 함께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감사원은 보다 강도높은 감사를 펼칠 것임을 암시했다. 대학등록금 산정의 적정성 여부를 따지는 것은 물론 감사가 선별조사가 아닌 전수조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을 흘리고 나선 것이다. 이런 고강도 감사를 통해 재정운용 실태와 회계관리 상황을 샅샅이 뒤져 자발적인 등록금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당초 사립대학 20곳을 표본으로 정해 적립금 활용관행 등 '살림살이' 예비감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예비감사에서 부실이 감지된 대학은 이후 본감사 대상으로 신분이 바뀐다. 감사원이 "적립금 규모와 불용률, 등록금 의존률, 재학생 충원률, 인건비 비율 등을 중심으로 감사하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대학들 사이에선 '연구비를 포함한 세세한 내역까지 모조리 감사당할 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김도형 기자 kuert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