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소시엄 구성 M&A 세 번째 패배
막판 가격 경쟁에서 뒤진 듯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또 패했다. 파트너와 손을 잡은 뒤 세 번째 패배다.
28일 포항제철소에서 열린 포스코 파이넥스 3공장 착공식 현장에 있던 정준양 회장과 회사 임직원들은 예상치 못했던 패배에 고개를 숙이고야 말았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SDS를 투자자로 받아들이면서 대세론에 힘을 받은 포스코의 승리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기정사실화 됐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삼성이 있으니 크게 썼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이게 주당 19만원대였다. 적정 인수가격이 15만원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17만원 내외에서 결정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음을 볼 때 포스코도 상당히 높이 쓴 것이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었다는 반증이다.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이날 오후 들어서다. CJ가 주당 21만원대라는 파격적인 인수가격을 써냈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분위기는 급랭했다.
전략에서 밀렸다기보다는 ‘오너기업’ CJ의 강한 의지를 ‘비오너기업’인 포스코가 넘어서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전날 양사 모두 회장이 직접 인수가격을 써냈다. 정 회장은 인수팀과 함께 최종 가격을 결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약 2만원의 차이. 작아 보이지만 그 벽은 상당히 컸다.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21만원대를 과감하게 쓴 ‘오너’ 이 회장과, 많이 쓰되 출혈 인수라는 이미지를 남기지 않으려고 했던 정 회장의 최종 결정의 차이가 바로 2만원선이었다.
포스코로서는 여러 모로 아쉽게 됐다. 우선, ‘파트너십의 불운’을 극복하지 못했다.
GS와 함께 추진한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는 2008년 10월 13일 본입찰 서류를 제출했다가 GS가 돌연 인수를 포기해 컨소시엄이 무너졌고, 포스코는 결국 한화에 지고 말았다.
앞서 2004년에 벌어진 한보철강 인수전의 상처도 크다. 당시 포스코는 전략적 우군인 동국제강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인 INI스틸(현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과 2파전을 치렀다. 포스코는 한보철강에 대한 욕심보다 현대의 고로 사업 진출을 막겠다는 의도가 컸는데, 치열한 경쟁 끝에 금액에서는 차이가 없었으나 고용보장 등 부수 조건에서 INI스틸-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삼성을 파트너로 참여시킨 게 오히려 ‘독주’가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범 삼성가인 CJ의 자존심을 자극 시켜 이 회장이 “이기기 위해서는 뭐든지 하라”는 지시를 내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번 인수전 패배로 정 회장이 추진해 온 ‘글로벌 포스코 패밀리’ 전략은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 하다. 제철사업에 자원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는 포스코는 물류 자회사 확보가 당면과제였다.
앞서 대우로지스틱스를 인수하려다가 해운사들의 강력한 저항으로 실현하지 못했던 포스코는 대한통운도 빼앗겨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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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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