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CJ그룹이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POSCO-삼성SDS 컨소시엄에 승리하면서 이제 핵심은 인수자금 조달 방법으로 넘어갔다. 금호아시아나처럼 승자의 저주가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초 매각 예상가격은 1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삼성그룹이 본입찰마감 나흘전 전격적으로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과열양상으로 바뀌었다. 입찰을 포기한 롯데의 발목잡기까지 더해지면서 CJ그룹이 가격으로 승부수를 띄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CJ는 주당 20만원 상당을 제시해 인수가가 높아져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운전자금 같은 경상적 자금 소요를 감안할 경우 여유자금도 더 필요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CJ의 대한통운 인수 조달 핵심으로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 495만주 처리 여부에 두고 있다. 현재 CJ가 3.2%(639만주), CJ제일제당이 2.3%(459만주)의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 중이다. 매각 예상가격은 28일 종가(9만3000원) 기준 약 1조원 정도.
여기에 토지 및 부지 등 비핵심자산의 유동화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과 합할 계획이다.
CJ가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CJ그룹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지난해말 기준 약 1조6000억원이다. CJ제일제당이 지난해 삼성생명 지분(500만주) 매각으로 유입된 5000억원과 CJ투자증권(현 하이투자증권)의 매각대금 5500억원이 포함돼 있다.
이를 합치게 되면 총 2조5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CJ의 복안이다.
CJ측 관계자는 "삼성생명 주식과 비핵심자산 유동화로 자금여력은 충분하다"며 "인수 대금을 지불해도 신용도나 부채비율, 펀더멘탈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단언했다.
문제는 1조원 규모로 쏟아질 CJ의 삼성생명 지분 물량을 받아줄 여력이 되느냐는 것이다. 첫 생보사 IPO로 투자할 만한 기관투자가들은 다 들어온 데다 현재 주가도 공모가(11만원)보다 떨어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쉽지 않은 자금 조달문제로 인해 CJ가 삼성그룹의 지원을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포스코와 삼성SDS 컨소시엄 구성 과정에서 인수 자문사인 삼성증권에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틀어진 모습을 보였지만 인수 성공을 위해 삼성 측에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국내 ECM(Equity Capital Market) 블록딜 주관 부문에 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삼성 계열사가 직접 나선다면 매각 작업이 예상 외로 수월하게 끝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CJ 계열사들의 증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는 CJ GLS의 경우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분 23.8%를 갖고 있다.
한편 시장에서는 CJ의 대한통운 인수에 대해 부정적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김태민 솔로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펀딩 부분이 제일 문제가 되는 부분인데 내부 자금 여력과 삼성생명 지분가치를 감안해도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며 "상당히 무리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수 시너지를 생각하자면 CJ GLS가 있기 때문에 아예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포스코 대비 크다고는 할 수 없다"며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자면 CJ에게는 상당히 부정적인 이슈"라고 평가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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