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검찰이 김종창(63) 전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강도 높게 조사를 진행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는 9일 부산저축은행그룹 측의 구명 로비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 전 원장을 소환해 조사한 후 자정 무렵 귀가시켰다. 검찰은 김 전 원장을 다시 소환해 참고인 조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이날 오전 9시 50분께 서초동 대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김 전 원장은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고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김 전 원장은 아직까지 참고인 신분이지만 조사결과 검토에 따라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가능성이 여전하다. 김 전 원장은 지난해 평소 친분이 있던 은진수(50ㆍ구속) 전 감사위원으로부터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검사 강도와 제재 수준을 완화해달라는 청탁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은씨는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정ㆍ관계 로비를 맡은 윤여성(56ㆍ구속)씨로부터 검사무마 청탁과 함께 1억7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31일 구속됐다.
검찰은 이미 은씨로부터 김 전 원장에게 "부산저축은행 건이 잘 처리될 수 있도록 신경써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했다는 일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원장이 청탁성 금품을 받았는지 여부를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에 투자한 아시아신탁의 임원으로 김 전 원장이 재직했던 사실에 주목, 부산저축은행과의 유착 여부도 광범위하게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전 원장이 금감원장 취임 전 모두 매각했다고 밝힌 부인 명의의 해당 회사 주식을 대학 동문인 박모씨에게 명의신탁해 차명 보유한 정황을 포착해 그 경위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또 지난해 2월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은행에 대한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의 공동검사 당시 김 전 원장이 1주일 가량 검사를 중단 시켰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검사중단 지시 배경을 추궁했다. 검찰은 감사원이 저축은행에 대한 부실검사 책임을 물어 금감원 임직원에 징계를 요구한 감사내용에 대해 지난해 4월 김 전 원장이 직접 감사원을 찾아 철회를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사실 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아파트 사업을 추진하며 인허가 청탁 활동비 명목으로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 시행사 대표 임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이날 법원에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김환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법리상 다툴 여지가 있어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사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중수부 관계자는 보강수사를 거쳐 영장 재청구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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