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지용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두 달 연속 동결 이후 3개월만이다.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에도 불구하고 치솟는 물가를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10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인상한 배경에는 물가불안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5개월 연속 4%를 상회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1%를 기록했다. 4월 4.2%, 3월 4.7%에 비해서는 상승압력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지만 변동성이 큰 농산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3.5%로 2009년 6월 이후 2년여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장기적인 물가불안 요인이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정준 HMC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헤드라인 소비자물가 상승세 완화에도 불구하고 근원물가가 상승하면서 전방위적 물가상승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며 “특히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이 대기하고 있어 수요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한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금리인상 ‘실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자칫 금리인상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금통위에서도 금리인상 실기에 대한 우려가 나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들이 금리인상 시기를 놓치는데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금리인상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중기물가안정목표 상한선이 4%를 웃돌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향후 경기신호가 약하거나 나아가 경제국면이 바뀐다면 물가상승을 미처 제어하지도 못한 채 금리인상 기조를 멈춰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통화정책은 타이밍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또 “아직 여유가 있을 때 금리를 인상해야만 차후 정책운용의 유연성이 확보돼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일 수 있다”며 “뒤늦게라도 따라 잡으려다 무리한 정책운용을 하면 오히려 경기의 변동성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가계부채의 증가도 금리인상에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은에 따르면 3월말 현재 금융기관의 가계신용 잔액은 전 분기보다 6조원 늘어난 80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금리가 인상되면 가뜩이나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조달 비용과 이자상환 부담까지 늘어남에 따라 내수경기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낮은 금리는 결국 가계부채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상하이은행(HSB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립수준에 비해 낮은 3%의 금리는 지금도 높은 수준인 가계부채를 계속 늘어나도록 유인하는 요인”이라며 “한은은 금리를 올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금리를 인상해 가계부채 증가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한 유로존 재정문제, 북아프리카, 중동지역 정정불안에 이어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경기하강의 위험은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통계청이 내놓은 ‘4월 산업활동’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산, 소비가 감소했으며 현재와 미래의 경기를 반영하는 동행지수 전월비와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도 모두 하락했다. 대외 위험 부각에 따른 소비자기대심리 하락이 경제지표를 악화시킨 요인이 됐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채지용 기자 jiyong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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