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 이상미 기자]지난 2일 치러진 수능 모의평가가 쉽게 출제된 가운데 본 수능 전략을 놓고 EBS와 교육업체의 분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지난 주말 이어진 대형 입시설명회에서 EBS와 연계 출제된 문항 평가를 두고 본수능을 대비하는 전략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EBS측은 EBS교재를 제대로 활용하기만하면 충분하다는 설명이지만 교육업체인 메가스터디는 쉬운 수능과 EBS 연계에 속지 말고 비연계 출제 문항을 잡으면서 논술에 대한 대비도 늦추지 말아야한다는 조언을 쏟아냈다. 혼란스러운 것은 당사자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이다.
지난 5일 서울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EBS 입시정보 설명회'에서 EBS 교사들은 'EBS교재만 제대로 공부해도 연계되는 70%뿐만 아니라 나머지 30%까지 확실하게 잡을 수 있다'는 점을 한결같이 강조했다. 이에 따라 EBS 교사들의 조언은 역시 EBS교재 활용법에 집중됐다.
언어영역의 윤혜정 교사는 "이번 시험에서 혼자만 점수가 오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해서 착각하면 안 된다"며 모의평가 이후 다루어질 EBS교재 <수능완성> 공부법에 대해 조언했다. 윤 교사는 "비문학 파트는 지난해와 달리 논지의 흐름까지 똑같이 출제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며 "문제를 다 푼 다음 지문만 따로 보면서 지문 속의 개념을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리영역 심주석 교사 역시 "<수능특강>과 <수능완성>교재는 10번을 풀어보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다 이해하고 시험장에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모의평가에서 고난도 문항으로 꼽히는 21번 문항은 2008년 6월 모의평가에서 기출되었던 문제를 변형해서 출제했다"며 "남은 기간동안 수능과 모의평가 등 평가원의 기출문항을 반드시 다 풀어볼 것"을 조언했다. EBS교재와 지난 수능ㆍ모의평가를 철저하게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수능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교육업체의 주문은 달랐다. 다음날인 6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메가스터디의 대입 전략설명회에서는 전혀 다른 분석이 이어졌다. 쉬운 수능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며 누구나 맞출 수 있는 EBS연계출제 문항이 아니라 비연계출제 문항에 집중해서 시험을 준비해야한다는 것이다.
메가스터디의 최인호 언어영역 강사는 "언어는 지문 암기력을 테스트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EBS의 지문을 많이 활용했다"면서도 "결국은 EBS가 반영되지 않는 나머지 30%를 완벽하게 풀어낼 수 있는 원리와 법칙을 제대로 익히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연계 출제되는 70%를 다 맞혀도 나머지 30%를 맞추지 못한다면 4등급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최 강사의 분석이다.
논술 준비를 강조하라는 조언도 나왔다. 최 강사는 "언어보다 어렵고 통합적인 문제를 낼 수 있는 것이 논술"이라며 대학들이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는 논술이 올해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분석을 덧붙였다.
수리영역 신승범 강사도 "만점자 1%는 문과에서만 4500명의 만점이 나오는 숫자"라며 "21번과 30번 문항처럼 어렵게 나오는 2~3개 문제를 맞추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쉬운 수능과 관련해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는 본수능이 이번 모의평가보다는 다소 어려워질 수 있겠지만 최상위권과 중ㆍ상위권의 변별력이 사라지면서 노력과 실수에 따라 '인생역전'도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EBS 설명회에 참석한 김선우 학생(19)은 "외국어영역은 언어나 수리영역보다 어렵게 느껴졌지만 전반적으로 시험을 보면서 수월하다고 느꼈다"며 "설명회에서 들은 EBS교재 활용법이 앞으로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설명회장을 가득 채운 학부모들은 불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메가스터디 설명회장에서 만난 이상윤(서울 염창동, 50)씨는 "재수생 아들이 언ㆍ수ㆍ외 3개 영역에서 1문제씩, 사회탐구 국사에서 1문제를 틀렸을 뿐이지만 시험이 너무 쉽게 출제된 탓에 실제로 자신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전혀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수험생과 학부모, 가족 등 수백만명이 마음 졸이는 시험의 난이도가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도형 기자 kuerten@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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