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미래 친환경 차량으로 전기자동차 개발을 서두르는 가운데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전기차를 둘러싼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가 나와 이목을 끈다.
최근 USA 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내 소비자 102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7%는 지속적인 기름 값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를 구매할 의사가 아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 조사는 전국 평균 석유 값이 최고 수준인 1갤런당 4달러에 육박하던 지난달 중순에 진행됐다. 특히 석유 값 폭등과 관련해 전기차에 대한 언론과 정부, 소비자 관심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실시된 점을 감안하면 일반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의지는 예상보다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이유로는 전기차가 연비 효율성이 뛰어나지만 한 번 충전으로 운행할 수 있는 거리가 짧은 점, 잦은 충전으로 인한 번거로움, 비싼 자동차 가격, 배터리 교환비 부담 등을 꼽았다.
예를 들어 닛산의 100% 순수 전기차 '리프'는 한 번 충전으로 100마일 주행이 가능하지만 장거리 여행이나 일일 주행 거리가 긴 소비자의 경우 방전에 대한 불안감과 잦은 충전으로 인한 번거로움이 있으며 동급 일반 자동차 대비 비싼 가격인 3만2780달러에 판매되고 있어 선뜻 구매에 나서기 어려움이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1회 충전으로 200마일을 주행할 수 있는 럭셔리 전기차인 테슬라의 '로드스터'는 리프의 이러한 단점을 보안하는 성능을 지니고 있으나 10만9000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가격 탓에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제품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기차 상용화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의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해 소비자의 구매를 끌어내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닛산을 비롯해 몇몇 자동차 회사들은 현재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향후 다른 자동차 제조사도 주요 소비 계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기차 출시를 계획 중이다.
미쓰비시는 4인승 소형 전기차인 '아이(i)'를 선보일 예정으로 한 번 충전으로 80마일 주행이 가능하며 가격은 2만7990달러로 현재 출시된 경쟁 제품 대비 가장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1월 미국 시장에 출격할 예정인 아이는 현재 시카고 지역에서 소비자 테스트 중이며 275대 선주문을 받은 상태다.
고가의 전기차 출시로 고전하고 있는 테슬라는 기존 로드스터 모델보다 저렴한 제품을 선보일 계획으로 1회 충전에 160~300마일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를 개발 중이다. 가격대는 5만7400달러에서 7만7400달러 선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포드도 연내 전기차 개발을 마친다는 계획인 것으로 업계에 알려졌다.
현재 미국 정부는 오는 2015년 내 전기차 100만대 시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린 카를 사는 소비자에게 정부 차원에서 7500달러의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 이외에도 자동차 시장에 '그린'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다각도의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
조사 기관 JD파워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올해 총 1만727대, 2015년에는 9만5939대의 전기차가 판매될 전망이다. 코트라 달라스KBC 관계자는 "비록 현재의 전기차가 기술적 한계로 가격, 충전, 성능 면에서 소비자 선호도가 낮지만 향후 기술 개발을 통한 성능 향상 및 가격 저하를 실현하고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신제품 출시로 전기차 시장이 안정된 시장 형성 단계를 거치면서 급속한 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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