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관건은 경연 방식이다. 누군가는 웃고 우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경연의 룰이 많은 것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최근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를 둘러싸고 변화된 프로그램 경연 방식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가 룰 문제로 한차례 진통을 겪은 지금, 새로운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KBS <자유선언 토요일> ‘불후의 명곡2 - 전설을 노래하라’ (이하 불후의 명곡2)와 KBS <밴드 서바이벌 TOP 밴드> (이하 톱 밴드)는 어떤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끌고 갈 수 있을까. 6월 4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불후의 명곡 2>의 권재영PD와 <톱 밴드>의 김광필EP에게 두 프로그램의 경연 방식과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룰 정하기의 문제에 대해 들어봤다.
<톱 밴드> 김광필 EP "운영을 얼마나 공정하게 하느냐의 문제“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톱 밴드>는 지난 달 21일부터 열린 전국예선을 통해 206개의 팀이 선발됐다. 6월 11일부터 경기도에 위치한 장흥유원지에서 24팀의 본선 진출팀을 가리기 위한 경연을 펼칠 예정. 김광필 EP는 “일반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 그룹과 예선에서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전문가 그룹이 심사를 할 예정이다. 노래가 끝나면 점수가 바로 뜨고, 심사위원 점수로 24등 안에 들어간 팀이 본선에 진출하게 된다”고 경연 방식을 설명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심사위원의 점수에 따라 등수가 바뀌는 상황을 볼 수 있는 방식이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본선 무대에서는 24개 팀이 2팀씩 대결하는 토너먼트 형식을 도입한다는 점. 김광필 EP는 이런 경연 방식에 대해 “운영을 얼마나 공정하게 하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두 팀씩 대결을 하는 방식을 채택한 만큼, 승패가 갈리는 과정에서 최대한 공정한 심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타리스트 신대철, 김도균 등 록계의 전설적인 뮤지션들을 심사위원으로 섭외한 이유다. 또한 본선에서는 청중평가단을 통해 전문가뿐만 아니라 대중의 반응도 심사 결과에 반영할 예정. 하지만 최근 MBC <위대한 탄생>이 결선에서 심사위원 점수의 비중이 낮아 사실상 탈락자 결정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듯, 심사위원과 대중의 결합은 자칫하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김광필 EP는 “청중평가단의 숫자나 투표 비율의 문제 등을 최대한 신경써서 가장 좋은 결과물을 내려고 한다. 충분히 신경쓰고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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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곡2> 권재영PD- “어떤 룰을 선택하더라도 논란이 될 수 밖에 없다”
아이돌 가수가 이른바 ‘레전드’로 불리는 선배가수의 노래를 재해석해 부르는 <불후의 명곡 2>는 이미 인터넷 상에서 경연 방식으로 한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달리 승자연승방식으로 우승자를 가리기 때문. 첫 출연자와 두 번째 출연자가 대결해 승자가 세번째 출연자와, 다시 여기서의 승자가 네 번째 출연자와 대결하는 식이다. 여섯 가수가 출연하는 <불후의 명곡 2>에서는 첫 번째 순서로 배정된 가수가 총 5번을 이겨야 우승할 수 있는 셈이다. 그만큼 첫 번째로 노래하는 가수가 불리할 수도 있는 룰이다. 권재영PD는 “어떤 룰을 택하더라도 논란이 되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처음부터 토너먼트가 아니라 승자 연승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밝혔고, 첫 번째 방송을 보면 알겠지만 어느 경연이든 첫 번째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여섯 팀이 동시에 노래하지 않는 한 그런 논란은 해소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출연자들은 순서에 따라 한 번씩 노래를 부르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이든 첫 번째 출연자가 어느 정도는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승자연승방식은 먼저 무대에 선 출연자가 다음 출연자에게 도전하는 형식으로 진행 돼 경연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권재영 PD의 말대로 무슨 룰이든 논란이 된다면, 그 중 가장 흥미로울 수 있는 룰을 만든 셈이다.
또한 우승자를 가리는 2차 경연의 순서를 MC가 복불복 방식으로 정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심수봉의 노래 재해석 미션까지는 1차 경연인 자유곡 미션에서 1등을 하는 가수에게 먼저 미션 곡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그러나 앞으로는 1차 경연에서 1등하는 가수가 2차 경연에서 마지막에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복불복으로 노래를 하게 될 때 실력에 관계없이 룰이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룰을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불후의 명곡 2>는 탈락자 대신 우승자를 뽑는 시스템인 만큼,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차차 고쳐나가며 진화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것. 우승자를 뽑는 시스템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여유를 바탕으로 처음부터 모두를 만족시키기 보다는 룰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춘 셈이다. 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끌고 가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될 수도 있을 듯 하다.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경쟁에서 룰은 늘 논란의 대상이 되곤 한다. 특히 한국처럼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막 대중화 되기 시작한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과연 앞으로 방송될 수많은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논란들을 거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10 아시아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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