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 아라이 무기징역, 혐의 대부분 유죄
[부산=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국내외의 관심을 한 데 모은 소말리아 해적 재판의 1심 결과가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의 대부분 혐의에 대해 죄를 인정한 반면, 석해균 선장에게 총격을 한 것과 관련해서는 범행을 공동으로 모의했다고 보지 않고 모하메드 아라이(23)에 대해서만 죄를 인정했다.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재판을 받은 4명의 피고인 모두 결국 우리 사법의 처벌을 받게 됐다.
부산지방법원 형사5부(재판장 김진석 부장판사)는 27일 해상강도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소말리아 해적들에 대한 재판에서 피고인 모하메드 아라이(23)에게 무기징역, 아울 브랄랫(18)에게징역 15년, 압둘라 알리(23)와 압디하드 아만 알리(21)에게 징역13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주요 쟁점 중 우리 군인에 대한 총격, 삼호주얼리호 선원에 대한 상해에 대해서는 해적행위를 같이 하기로 한 모의는 군인에 대한 살상, 선원에 대한 상해의 고의를 포함한다고 판단했다.
또 우리 선원들을 인간방패로 내몬 행위에 대해서도 당시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을 고려하면 사망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고 ‘인간방패(총알받이)’혐의에 대해서도 그 죄를 인정했다.
다만, 석해균 선장에 대한 총격에 있어서는 해적행위를 같이 하기로 한 것만으로는 본래 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해졌다 해서 그 원인된 자를 살해하려고까지 했다고 보기 힘든 반면, 증인진술·증거물 등을 통해 모하메드 아라이의 총격 여부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형에 있어 모하메드 아라이의 경우 “모든 인정 사실에 더해 중형이 불가피”하고 “가담도도 적극적이고 활동적”이었으며, 아울 브랄랫 또한 “납치선발대에 참가”하고 해군 고속단정에 “기관총을 발사하는 등 적극적 가담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봤다.
반면, 압둘라 알리는 통신담당으로 “총기를 소지했다거나 사격을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압디하드 아만 알리는 “재판 중 가장 깊이 뉘우치는 모습을 보였고, 선처를 구하는 모습”을 참작해 상대적으로 가볍게 선고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번 재판은 지난 1월15일, 인도양 북부에서 삼호해운 소속 삼호주얼리호가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후, 해군 청해부대가 두 차례에 걸친 작전 끝에 생포한 마호메드 아라이 외 3명의 해적들에 대하여 해상강도살인미수 혐의 등을 놓고 진행됐다.
재판은 지난 4월 국민참여재판으로 행할 것이 결정되어 예비배심원 3명을 포함한 총 12명의 배심원을 두고 23일부터 5일간에 걸쳐 진행됐다. 당초 생포된 5명의 해적 중 요리사 압둘라 세륨은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함에 따라 6월 1일 별도로 재판부의 일반재판을 받게 된다.
1심은 특히 변론과정에서 우리 선원들을 윙브릿지로 내몰아 인간방패로 사용했는지 여부, 석해균 선장에 대한 총격 여부 등을 놓고 뜨거운 공방전이 벌어졌으며, 또 심문절차에서 일부 피고인들이 한국에 거주할 의사를 표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법원 관계자는 국민참여재판이 2008년 첫 도입된 이래, 이례적으로 5일간에 걸친 12명의 배심원이 구성된 것에 대해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있다”고 평하며,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평의결과와 양형의견 개진을 충분히 존중하여 선고하였다고 전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재판부와 같은 의견으로 평결했다. 배심원들의 평결엔 권고적 효력만 있으나, 지난해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평결과 재판부 의견이 일치함에도 항소심에서 유·무죄 판결을 뒤집은 경우를 위법하다고 본 대법원 판례가 나와 사실상의 구속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변호인단은 피고인의 의사를 확인 후 항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형인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모하메드 아라이의 변호를 맡은 권혁근 변호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보다 면밀히 감정했다면”하는 아쉬움과 함께 실체적 진실에서 한걸음 멀어졌다고 평했다. 이번 선고에 불복할 경우 피고인 또는 검찰은 7일 이내에 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해야 한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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