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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세빛둥둥섬에 결국 모피쇼..서울시의 '서툰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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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하고 번복하고..한강르네상스 꿈꾸면서 초보적 준비

[아시아경제 정선은 기자]서울시는 다음달 2일 한강 인공섬인 세빛둥둥섬 개장 첫 국제행사로 이탈리아의 명품브랜드 펜디(FENDI)의 모피패션쇼를 개최하기로 했다. 모피쇼에 대한 반대여론이 커지자 패션쇼를 취소했다가 번복한 것이다.


국제신뢰도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이미 해외 인사들에게 초청장을 발부해서 일정을 바꾸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다만 모피옷 외에도 구두, 가방, 액세서리 등 다양한 잡화를 포함한 토털패션쇼로 개편했다.

하지만 여전히 명품 모피옷 20점이 포함돼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비난여론을 의식, 펜디측에 모피가 부각되는 패션쇼는 금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아무리 가리려고 한들 '호화 모피쇼'라는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시의 모피쇼에 동물보호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23일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앞에서는 산 채로 껍질이 벗겨지는 동물들을 스크랩한 패널들과 함께 동물보호단체의 시위가 벌어졌다."이게 무슨 국제행사냐"며 생명 경시를 개탄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모피옷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여우, 너구리, 토끼가 산 채로 껍질이 벗겨진다. 죽어서 가죽이 굳기 전에 질 좋은 모피를 얻기 위해서다. 붉은 속살을 내보이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 동물들. 이들에게는 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 권리조차 없다. 한 벌의 모피옷을 만들기 위해 토끼 30마리, 밍크 55마리, 너구리 27마리, 친칠라 100마리가 참혹하게 숨을 거둔다.


그런 진실의 외면은 '한강 르네상스'는 물론 서울시 행정철학의 부재를 그대로 드러낸 것 같아 여전히 씁쓸하다.


]이같이 비윤리적 방식으로 홍보에 열을 올려야했는지도 의문이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의 '헛발질'은 비단 모피쇼에 그치지 않는다. 한강르네상스라는 원대한 꿈을 꾸면서 준비는 초보적 수준이다. 한강에 서민요트를 띄우겠다고 홍보했지만 몰래 수 천만원 호화요트 이용권을 판매하려던 업체를 걸러내지 못 했다.


한강르네상스 핵심프로젝트인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은 뱃길이 사라지고 호수공원으로 바뀌면서 '반쪽'이 됐다. 상반기 안에 지구단위계획 결정고시를 마친다던 한강변 전략정비구역은 아직 주민설명회조차 못한 곳도 있다. 이처럼 취소하고 번복하는 망신스러운 일을 자초한 전시행정의 비극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기만 기대할 뿐이다.




정선은 기자 dmsdlu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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