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은희 기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하루 앞둔 2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서울미술관에서 계속된 ‘바보 노무현을 만나다’라는 주제의 전시회장에는 노 전 대통령을 기리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전시회는 ‘[길]노무현의 인생을 따라 걷는 길’과 테마별 사진 전시, ‘[꿈]끝없이 도전했던 당신의 꿈’으로 나뉘어 노 전 대통령의 인생과 정치적 소신, 서민적인 그의 품성 등을 소개하는 식으로 구성됐다.
먼저 ‘[길]노무현의 인생을 따라 걷는 길’은 노 전 대통령의 일생을 7개의 테마로 분류해 한 쪽 벽에는 그 내용을 반대편에는 해당 시기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전시했다.
‘길’을 통과하면 노 전 대통령의 사진 총 70여장이 역시 7개의 테마로 분류 전시돼 있다. 그 중 ‘이런 사람 없습니다’ 코너에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 관저 현관에 앉아 신발을 갈아신는 사진은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미쳐 갈아신지 못한 오른쪽 발에는 너무나도 흔한 싸구려 슬리퍼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사진 전시장에는 생전 노 전 대통령의 소탈하고 소박한 일상과 품성을 생생하게 전하는 사진들이 곳곳에 전시돼 있다.
마지막으로 ‘[꿈]끝없이 도전했던 당신의 꿈’에서는 그의 정치적 행보를 시기별로 나눠 정리한 표지와 동영상이 함께 전시됐다. 맨 처음 전시된 1988년 4월 26일 부산동구 선거 당시 ‘기호 2번 통일민주당 노무현’ 포스터 아래에는 87년 6월 항쟁을 겪은 그가 독재와 맞설 수 있는 강력한 야당의 건설을 위해 지역주의를 버리고 야당 후보가 될 수밖에 없었던 내용이 함께 소개됐다. 이 포스터를 바라보던 한 아이는 “그래서 (노 전 대통령이) 부산 출신인데도 민주당 후보로 나선거야?”라고 어머니에게 묻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한 연배의 최은희(66)씨는 “나는 그가 1988년 ‘제5공화국 비리조사 특별위원회’에서 명패를 내던지던 때부터 그의 팬이었다”며 “더 살아있었다면 좋았을텐데”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그를 된장냄새가 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서거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소리내어 엉엉 울었다”며 노 전 대통령을 끝내 보내지 못하는 자신의 아쉬움을 전했다. 이 전시회는 노 전 대통령 2주기 당일인 23일까지 이어진다.
한편, 같은 날 서울 시민분향소가 설치된 대한문 앞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오후 2시부터는 ‘제사상 함께 차리기’가 열려 각 시민들이 가져온 재료들로 22일 밤 12시에 진행되는 ‘대제’를 위한 음식을 만들었다. 3시에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퀴즈를 풀어보는 ‘OX 퀴즈’가, 6시에는 전날 불교행사였던 천혼제의 뒤를 이어 원불교 행사인 추모굿과 영가천도제가 진행됐다.
분향소 시민추모모임 이재교 대변인은 “‘추모를 넘어서 나눔과 연대로 나아가 희망과 대안을 찾아보자’를 모토로 행사를 준비했다”며 “특히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나눔과 연대를 실현해 보고자 했다”고 전했다.
시민추모모임은 이같은 의도에 맞게 ‘제사상 함께 차리기’ 행사를 통해 총 200인분의 음식을 준비, 대제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제공했고 ‘OX퀴즈’의 경품도 트위터와 다음 토론방 아고라를 통해 기증을 받은 후 참가한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12시에 유교식으로 치러진 대제에도 유교학교 관계자 9명 외에 일반 시민 4명이 참여했다. 또 돼지저금통을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가득채운 후 각자 원하는 영세 사업장이나 정치재단에 기부하도록 하는 ‘Again 희망돼지’ 행사도 함께 진행돼 시민들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통로가 됐다.
박은희 기자 lomo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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