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냄새’라는 게 있다. 문득 귓가를 스쳐 코에 닿는 그 냄새가 느껴지면 여름이 오고 있음을 실감한다. 그 때, 함께 떠오르는 것이 바로 맥주다. 여름, 바야흐로 맥주의 계절이다. 땀에 젖은 몸을 씻고 나와 냉장고에서 꺼낸 차디 찬 캔맥주. 어스름이 지고 라이트가 켜지는 야구장 외야석에서 마시는 종이컵 맥주, 퇴근길 아쉬운 마음에 딱! 한 잔만 하자며 들른 호프집의 거품이 탐스러운 생맥주. 봄이라고, 가을이라고 맥주가 그립지 않겠느냐 만은 맥주는 역시 여름의 음료다. 그래서 여름이 다가 오면 TV에서 맥주 광고를 더 자주 만날 수 있다. 늦은 밤 광고를 보다 냉장고 속 남은 맥주가 없는지 살펴 본 경험, 결국 부랴부랴 편의점으로 달려 간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른 여름 냄새가 찾아 온 이 계절에 <10 아시아>에서 여름의 친구, 맥주 광고를 모아 요리조리 뜯어 보았다. 맛이나 품질, 특히 취향의 우열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니 편한 마음으로 즐겨 주시길.*시즐감: 시즐(sizzle)은 후라이팬으로 고기를 구울 때 지글지글 익는 소리를 뜻하는 의성어로서, 광고에서 잠재 소비자 구매 의욕을 돋우기 위해 관능을 자극하는 표현기법을 말한다. 예를 들어, 식료품 광고에서 최대한 먹음직스럽고 싱싱하게 표현하여 시각, 청각적으로 자극을 주는 것이다.
깨끗한 맥주와 당신, 그거면 됐다
이번 하이트의 광고는 여러 의미에서 놀랍다. 벚꽃이 흩날리는 마루에 마주 앉은 현빈과 이연희. 마치 다도를 하듯 맥주를 마시는 둘의 모습을 아름답게 포착한 비주얼은 이게 맥주 광고 맞아? 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시리즈의 두 번째 편 역시 하늘에서 팝콘이 꽃처럼 떨어지는 화면과 “잠 못 드는 밤의 맥주는 언제나 옳다”는 카피가 인상적이다. 하이트가 오랫동안 어필해 온 ‘깨끗한 맥주’라는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기존에 갖고 있던 ‘하이트=아저씨 맥주’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젊은 세대를 타겟으로 포섭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신선한 비주얼과 크리에이티브에 호의적인 사람들이 있는 반면, 광고는 매력적이지만 제품의 속성에서 지나치게 벗어나 기존 타겟에게 거부감을 준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SBS <시크릿 가든>의 성공으로 이슈 메이커가 된 현빈과 깨끗하고 순수한 이미지의 이연희를 모델로 기용한 것은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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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거 필요 없고, 모델이 현빈인데! 이연희인데!
영상이 아름다워서 좋아. 첫 번째는 좀 오글거렸는데 두 번째는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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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은 예쁜데, 왠지 마시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네.
일본 광고 느낌이 너무 많이 나.
맛은 올리고, 칼로리는 내리고
이번 카스 라이트 광고는 노골적이다. 화제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대놓고 패러디하고, 이를 위해 기존 모델 싸이에 하지원까지 추가 영입했다. 패러디 광고는 양날의 검이다. 원 작품의 화제성을 등에 업고 눈길을 끌 수 있지만, 크리에이티브가 가장 요구되는 광고에서 쉬운 길을 택한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이에 카스 라이트는 패러디를 하되 실제 배우를 모델로 내세우고 명장면을 대놓고 카피하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그리고 반전과 유머 코드라는 런칭 광고 때부터 유지해 온 속성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여기에는 런칭 때부터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싸이의 공이 크다. 광고를 제작한 제일기획의 김준환 대리에 따르면 “경쟁사가 빅 모델을 기용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한 길은 눈에 띄고 재미있는 광고였다. 싸이는 실제로 굉장한 애주가라 맥주를 굉장히 맛있게 드셔서 시즐감의 표현력도 좋다.”고 한다. 그러나 반전과 유머라는 속성 모두 작년 런칭 광고만 못하다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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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아는 남자, 싸이가 모델이잖아! 믿음이 가.
<시크릿 가든> 패러디라 눈에 띠고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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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라며? 칼로리가 낮다며? 그런데 싸이가 모델이야?
<시크릿 가든>으로 너무 우려먹는다~
마시는 순간 날카롭게 파고든다
드라이 피니시D의 이번 광고도 런칭 때부터 유지하고 있는 ‘끝까지 샤프하게’라는 콘셉트가 기본이다. 슬로우 모션으로 걸어 오는 원빈을 향해 맥주 대포가 날아오는 오프닝은 시각적으로 상당한 쾌감을 준다. ‘끝까지 샤프하니까’라는 카피 역시 흔히 첫 맛에 비해 끝 맛이 아쉽다고 평가 받는 국내 맥주의 단점을 개선한 제품의 속성을 잘 어필한다. 아쉬운 것은 빅 모델 원빈의 활용이다. 원빈은 영화 <아저씨>의 성공 이후 다양한 광고의 모델로 기용되었지만 여러 광고에서 다소 겉도는 느낌을 주는데 드라이 피니시D 역시 비슷한 길을 걷는다. 다만 다른 광고에서는 원빈의 지나친 존재감에 제품의 매력이 묻히는 데 반해 드라이 피니시D의 경우, 촌스럽게 스타일링 된 원빈의 모습이 세련되고 샤프함을 추구하는 광고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하지만 “설명이 꼭 필요해?”라는 원빈의 나레이션을 들으면 “아니요…”라고 중얼거릴 수 밖에 없는 압도적인 매력으로 시선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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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대포, 보는 것 만으로도 시~원~해!
원빈님을 보기만 해도 식도와 안구가 정화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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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빈님을 모셔 놓고 저 따위 옷에, 저 따위 헤어라니! 스타일리스트 누구니?
원빈은 멋져. 그런데 맥주 맛이 어떻다는 거야?
새로운 OB를 마실 땐 입 안에서 3초만 음미해주십시오
OB맥주의 야심작, OB 골든라거의 광고는 5월의 시작과 함께 방영된 따끈따끈한 신인이다. 그런데 그 첫인상이 상당히 강렬하다. 모노톤의 배경에 금빛 맥주가 출렁이고, 뒤로는 금빛 분수가 뿜어져 나온다. 100% 독일 호프와 골든 몰트를 사용한 제품의 속성을 기반으로 한 “입 안에서 3초만 음미해주십시오”라는 카피는 상당히 도발적이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풍부하고 크리미한 거품의 표현도 눈길을 끈다. 제품보다 모델이나 분위기를 앞세우는 국내 맥주 광고의 흔한 패턴과 달리 ‘맛보고 싶다’는 느낌을 주는데 집중했다. 다만 시즐에 치우친 탓인지 모델 공유의 존재감이 아쉽다. 다소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광고의 분위기와 젊고 세련된 이미지의 공유가 잘 어우러지지 않는다. 또한, 일본의 모 맥주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차용했다는 의혹 역시 야심차게 내놓은 신제품의 런칭 광고로는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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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좀 있어 보여! 외국 광고 보는 것 같아!
3초간 음미하라고, 한 번 해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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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너무 잡으신다
중후한 중년의 느낌인데, 공유가 모델이라고?
좋은 맥주인지 아닌지는 잔을 비워보면 알 수 있지
작년에 이어 여전히 ‘엔젤링’(맥주 잔에 거품이 띠처럼 남는 현상. 신선하고 깨끗한 맥주의 상징)을 키 메시지로 소구하고 있는 아사히 슈퍼드라이. 국내에서는 거품이 많은 맥주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지만, 아사히 슈퍼드라이의 거품은 엔젤링을 통해 맥주의 참 맛을 즐길 수 있는 밀도감을 준다는 차별점을 꾸준히 강조한다. 하지만 모델과 톤&매너는 지난 광고와 많이 달라졌다. 빅 모델 차승원을 기용한 이유에 대해 광고를 제작한 덴츠코리아의 관계자는 “기네스에서 정우성을 기용한 것을 의식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수입맥주인 만큼 ‘고급스러움’과 ‘프리미엄’을 어필하고 주요 타겟인 사회적으로 성공한 30대 후반~40대 남자를 상징하는 의미에서 적격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기네스 광고와 어둡고 중후한 톤이라는 부분에서 이미지가 겹치는 느낌도 있지만 프리미엄의 여유, 고급스러움의 전달이라는 목적 달성에는 효과적이다. 다만 모델에 집중한 탓에 시즐감이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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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링? 뭔지 몰라도 맛있고 깨끗한 맥주일 것 같아
광고 자체는 평범한데 차승원의 중후함이 확 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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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을 땐 엔젤링 안 생기던데? 사람 차별해?
제품은 기억도 안 나고 차승원만 생각 나.
경험하라, 감히 완벽이라 불리는 맥주를
화면을 가득 채운 검은 맥주와 하얀 거품 위로 위풍당당하게 자막이 뜬다. ‘구운 보리, 2배의 호프, 119.5초간의 대류, 크리미 헤드’ 그리고 이어지는 내레이션, ‘차이가 완벽을 만들었다’. 기네스는 스스로의 팩트 자체를 강력한 차별화의 요소로 내세우고 이를 세련되고 강렬한 시즐로 유혹한다. 여기에 ‘완벽’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 정우성까지. 기네스 광고는 콘셉트, 카피, 모델의 삼박자가 잘 맞아 떨어진 사례다. 광고를 제작한 TBWA코리아의 관계자는 “당시 수입맥주에서 국내 유명 모델을 쓴 경우가 없었는데 기네스에서 처음으로 정우성이라는 빅 모델을 기용했다. 수입 맥주의 프리미엄 이미지와 정우성이 잘 어울렸고, 본인이 실제로 기네스를 냉장고에 깔아 놓을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이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이 광고와 정우성이 기네스 바의 바텐더가 되어 유저를 맞이하는 인터랙티브 필름을 포함한 캠페인은 매출과 호응 모두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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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이 맛이야!”만 연발하는 다른 광고와는 급이 달라. 정우성도, 맥주도 고급스러워.
무려 정우성이 안 보일 정도로 시즐이 압도적이야!
이 광고, 별론데?
정우성을 더 보여달라! 불만은 그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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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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