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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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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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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또 돈 이야기다. 돈만 된다 싶으면 속편들을 뚝딱 찍어내는 곳이 할리우드다. 작가 마인드로 굳이 포장하긴 했어도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 1~3편은 오히려 신화로 남았을 오리지널 3부작까지 지상으로 끌어내린 잘못된 선택이었다. 케이스는 한도 끝도 없다. 전편에서 죽은 여전사 리플리를 ‘클론’으로 살려냈고(‘에일리언 4’), 1984년 처음 등장한 프레디 크루거는 2010년까지도 살인마로 악몽 속을 누빈다(‘나이트메어’). 1편 이전의 과거 이야기로 돌아가는 ‘프리퀄 prequel’이나 ‘외전 外傳’은 시리즈의 유행이 된지 오래다. 영화적 완성도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하지만 애초부터 할리우드에서 영화적 완성도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단물이 다 없어질 때까지 시리즈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이제 네 번째다. 지난 2003년 월트 디즈니와 제리 브룩하이머가 새로 런칭한 액션 어드벤처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 펄의 저주’는 잭 스패로우라는 이름의 안티 히어로를 영화사에 추가하며 전세계에서 6억 달러가 넘는 히트를 기록했다. 2편 ‘망자의 함’(2006)은 10억 달러를 넘겼으며 그 이듬해 나온 ‘세상의 끝’도 9억6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코믹스나 소설 등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 아닌, 순수하게 영화를 위해 쓰여진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비싼 원작료와 원작자와 회사 재계약 부담 없이도 수월하게 시리즈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Pirates of the Caribbean: On Stranger Tides’는 전편들의 성공을 이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키라 나이틀리와 올란도 블룸이 빠지긴 했지만 슈퍼스타 조니 뎁은 잭 스패로우 역으로 건재하다. 2억 달러가 넘는 넉넉한 제작비 덕분에 화면은 확실히 ‘돈 값’을 한다. 조지 루카스의 ILM이 담당한 컴퓨터 그래픽과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3D 화면은 동적인 박진감은 물론, 정적인 느낌까지 안긴다. 새로 투입된 스페인의 요정 페넬로페 크루즈는 조니 뎁의 상대역으로 자기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게다가 그 기나긴 엔드 크레딧 후 보여지는 부가 영상은 5편의 시작을 암시하기도 한다.


언제나 문제는 이야기다.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의 내러티브는 안이하게 느껴질 정도로 전편들을 벤치 마킹한다. 선인과 악인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하던 안티 히어로 스패로우 선장은 흡사 인디아나 존스 류의 선한 액션 히어로로 돌변했다. 새로움과 기발함을 무난함과 진부함이 채웠다. 제리 브룩하이머는 안타깝겠지만 슬슬 여기서도 바닥이 보인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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